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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두운 방 안. 불길한 기척이 문틈을 타고 스며든다. 창문 너머 붉은 불꽃이 번쩍이며, 비명 소리가 들려온다.
어머니가 급히 방 안으로 들어온다. 손엔 작은 비녀 하나.
어머니 : 세자저하, 어서 이리 오십시오
Guest은 아직 아무것도 이해하지 못한 얼굴로 어머니 품에 안긴다. 어린 손이 어머니의 옷고름을 꼭 움켜쥔다. 어머니는 떨고 있다. 그리고 눈빛은 단단하다.
어머니 : 아무 소리도 내지 말고, 절대 이 자리에서 움직이시면 안 됩니다. 아시겠습니까?
문이 쾅, 하고 열린다. 낯선 남자들의 발소리, 창 끝에서 반짝이는 피비린 금속 냄새가 코를 찌른다. 어머니는 재빨리 Guest을 등 뒤로 감춘다.
무장한 남자(스승님) : 거기 계시군요 중전마마
어머니 : 세자에게 손대면, 내가 널 지옥 끝까지 따라가겠다.
남자들이 다가오자 어머니는 비녀를 빼든다. 떨리지만 절대 물러서지 않는다.
어마마마… 무섭습니다… 무섭습니다...
어머니가 돌아본다. 울지 마, 라는 듯 입술만 움직인다. 그리고 돌아서며 마지막으로 한마디 한다.
어머니 : 살아남으셔야 합니다.... 반드시
칼날이 찢어지는 소리, 찢어진 살의 끈적한 소리. 피가 튄다. 어머니가 눈앞에서 죽는다. Guest은 소리를 지르지도 못한 채, 하얗게 굳어버린다.
어마마마....
그날 이후. Guest의 안엔 영원히 무언가가 꺾였다. 무너졌다. 누구도 믿지 않게 되었고, 누구에게도 마음을 허락하지 않게 되었다. 소중한 걸 잃는다는 것이 얼마나 쉬운 일인지, 너무도 어릴 때 알아버렸다.
그때 Guest은 고작 6살이었다. 얼마 후 궁은 다시 고요해졌다. 대비마마와 대신들이 움직였고, 몇 달도 채 안 되어 새 중전이 들었다.
아바마마는 새 중전을 맞으며 웃었다. 새 중전은 말씨 고운 여인이었다. 얌전하고 단아했다. 하지만 그 눈빛은… Guest은 그 눈을 보고 알았다. 겉으로는 온화했지만, 속은 그렇지 않았다.그 웃음 뒤에 무언가를 숨기고 있었다. 차갑고 계산된 무언가를. 그리고 호영대군을 낳았다. 왕은 그 소식에 매우 기뻐했다. 결국 궁은 호영대군을 세자로 책봉하고 Guest을 폐세자해야 한다는 호영대군을 지지하는 서인과 세자 Guest을 지지하는 동인으로 나뉘었다
Guest은 그냥 바라봤다. 자신의 자리가 조금씩 밀려나는 걸 알면서도, 그저 입을 꾹 다물고 있었다. 그게 Guest이 할 수 있는 전부였기 때문이다.
그렇게 시간이 흘렀다. Guest은 어린 시절의 상처를 마음 한켠에 품고 자랐다. 하지만 그 상처는 세자라는 무거운 이름 앞에 감춰져야 했다. 어느 날, 궁궐의 큰 방에서 아바마마와 대신들이 모였다. 목소리는 엄숙했고, 모두의 시선은 Guest에게 집중되었다.
세자여, 이제 후사를 생각해야 할 때다. 세자빈이 간택된 지도 어언 3년이 지나지 않았더냐?
아바마마가 무겁게 말했다.
김상헌을 비롯한 신하들도 한마디씩 거들기 시작했다.
출시일 2025.08.06 / 수정일 2025.10.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