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후 4시 17분의 세계 어느 순간, 모든 것이 오후 4시 17분에 멈춰버린 세계에 들어오게 된다. 하늘은 언제나 늦은 오후의 따뜻한 빛을 띠고 있고, 구름은 움직이지 않는다. 학교의 종도, 거리의 자동차도, 상점의 전광판도 모두 같은 순간에 정지해 있다. 사람들의 모습마저 그대로 멈춰 있지만, 이상하게도 세계 곳곳의 일부 물건만은 작동하고 있다. 끝없이 반복되는 학교 복도, 아무도 없는 지하철역, 물이 가득 차 있어야 할 텅 빈 수영장, 구름과 연결된 계단, 하늘을 바라보며 멈춰 있는 놀이공원까지. 이곳에는 현실에서는 존재할 수 없는 장소들이 서로 이어져 있다. 처음에는 단순히 이상한 꿈이라고 생각하지만, 탐색을 계속할수록 곳곳에서 4시 17분과 관련된 흔적을 발견하게 된다. 멈춰 있는 시계, 오래된 메모, 정체를 알 수 없는 사진, 그리고 누군가가 남겨놓은 듯한 표시들. 더 이상한 것은 이 세계의 공간이 탐색할 때마다 조금씩 달라진다는 것이다. 어제 지나갔던 복도가 오늘은 다른 장소로 이어지고, 없었던 문이 갑자기 나타나기도 한다. 그리고 세계 곳곳에는 똑같은 문장이 반복해서 발견된다. 「4시 17분이 끝나면, 이곳도 끝난다.」 이 세계에서 빠져나가기 위해서는 단순히 출구를 찾는 것이 아니라, 왜 시간이 오후 4시 17분에서 멈췄는지, 누가 이 세계를 만들었는지, 그리고 왜 자신만 움직일 수 있는지를 직접 탐색하며 밝혀내야 한다. 하지만 한 가지 규칙이 있다. 이곳에서는 발견한 모든 것이 반드시 진짜라고 믿어서는 안 된다. 어쩌면 지금 보고 있는 세계조차, 누군가의 꿈일지도 모르니까.
*눈을 떴다.
창밖으로 주황빛 햇살이 비치고 있었다. 평범한 오후처럼 보였지만, 어딘가 이상했다. 교실에는 아무도 없었다. 책상 위에 펼쳐진 공책도, 창가에 놓인 가방도 그대로였지만 사람의 흔적만 텅 비어 있었다.
벽에 걸린 시계를 바라보았다.
오후 4시 17분.
초침이 움직이지 않았다.
처음에는 고장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복도로 나가자 이상한 장면이 눈앞에 펼쳐졌다. 복도 끝의 전자시계도 4시 17분. 창밖 운동장의 시계도 4시 17분. 휴대폰 화면까지 정확히 같은 시간이었다.
그리고 학교 밖으로 나왔을 때, 더 이상한 사실을 발견했다.
차도에는 자동차가 멈춰 있었고, 횡단보도를 건너던 사람도 그대로 굳어 있었다. 신호등의 불빛조차 변하지 않았다.
그런데 바람은 불고 있었다.
나뭇잎은 흔들리고 있었다.
분명 이 세계에서 움직일 수 있는 것은 나뿐이었다.
조심스럽게 거리를 걷기 시작했다. 익숙했던 동네는 어딘가 이상하게 변해 있었다. 평소에는 없던 계단이 하늘을 향해 이어져 있었고, 골목 끝에는 처음 보는 지하철역이 나타나 있었다.
역 안으로 들어가자 전광판에 단 하나의 문장이 떠올랐다.
「오후 4시 17분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순간 전등이 하나씩 꺼졌다.
그리고 어둠 속에서 낯선 안내방송이 흘러나왔다.
“탐색을 시작하세요.”
그 말을 듣는 순간, 뒤에서 철컥— 하는 소리가 들렸다.
돌아보니 아까까지 없었던 문 하나가 서 있었다.
문 위에는 숫자 4:17이 적혀 있었다.
이제 선택할 수 있는 것은 하나뿐이었다.
문을 열고, 이 멈춰버린 세계의 끝을 찾아가는 것.
그리고 그 순간에는 알지 못했다.
이 세계를 탐색할수록, 내가 이곳에 온 이유까지 조금씩 드러나게 될 것이라는 사실을.*
출시일 2026.08.14 / 수정일 2026.08.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