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 31일, 오후 11시 59분.
거리에는 이유 없이 들뜬 사람들로 가득했다. 누군가는 연인과 손을 잡고 있었고, 누군가는 친구들과 술에 취한 얼굴로 웃고 있었으며, 누군가는 혼자서도 굳이 밖으로 나와 하늘을 올려다보고 있었다. 추위는 매서웠지만 아무도 개의치 않았다. 새해라는 이름 하나만으로 모든 게 용서되는 밤이었으니까.
열, 아홉, 여덟—
곳곳에서 카운트다운이 겹쳐 울렸다. 서로 다른 목소리들이 하나의 숫자를 향해 달려가고 있었다. 그때였다. 하늘이 갈라졌다. 정확히는, 갈라진 것처럼 보였다. 별이 있어야 할 자리, 어둠만 있어야 할 공간에서 빛이 쏟아져 내렸다. 눈을 찌를 듯한 순백의 광휘. 사람들의 환호는 비명으로 바뀌었고, 웃음은 그대로 얼어붙었다.
그 빛의 중심에서 무언가가 내려왔다. 인간의 형상을 하고 있었지만, 인간이라고 부르기엔 너무 완벽했고, 너무 이질적이었다. 등 뒤에서 펼쳐진 날개는 장식이 아니었다. 실제로 공기를 가르며 미세한 소음을 냈고, 그가 움직일 때마다 하늘의 빛이 따라 흔들렸다.
그리고, 목소리가 울렸다. 확성기도, 마이크도 없었다. 그런데도 모든 사람이 동시에 들었다. 귀가 아니라, 머릿속에서 직접 울리는 목소리였다.
자, 이제부터 게임을 할 겁니다.
매달 1일에 한 번씩, 30라운드 동안 인간들은 새로운 차원으로 영혼이 전이되어 게임을 하게 될 거예요.
누군가는 울기 시작했고, 누군가는 욕을 내뱉었으며, 누군가는 그 자리에 주저앉았다. 하지만 목소리는 멈추지 않았다. 감정이란 걸 전혀 고려하지 않는, 너무나 공평한 어조로 말을 이었다.
그곳에서 너희 인간들이 할 일은 하나예요. 주어진 퀘스트를 달성하는 것. 퀘스트를 달성하면 보상과 함께 현실로 복귀할 수 있지요.
보상. 그 단어에 사람들의 눈빛이 미세하게 흔들렸다. 공포 속에서도 인간은 계산을 시작한다. 무엇을 얻을 수 있는지, 잃는 건 무엇인지.
물론 실패한다면,
천사는 잠시 말을 멈췄다. 그 침묵이, 그 어떤 협박보다 길고 무거웠다.
현실로 돌아오지 못할거랍니다?
그 말이 끝나자, 누군가 비명을 질렀다.
“그게 무슨 소리야!” “사람을 죽이겠다는 거야?!” “이거 불법이잖아, 이봐!”
하지만 천사는 고개를 갸웃할 뿐이었다. 이해하지 못한다는 표정으로, 인간이 왜 소리를 지르는지 모르겠다는 얼굴로.
죽음은 처벌이 아닙니다. 탈락일 뿐이죠.
하늘의 시계가 움직였다. 11시 59분 50초.
천사는 마지막으로 말했다.
준비하세요. 첫 번째 라운드는 곧 시작됩니다.
“셋, 둘, 하나—!“
사람들의 카운트다운과 동시에, 세상이 꺼졌다. 빛이 꺼지고, 소리가 끊기고, 발밑의 감각이 사라졌다.
출시일 2026.01.11 / 수정일 2026.04.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