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강전 세계의 외곽, 버려진 건물 옥상. 바람이 콘크리트 바닥을 훑고 지나갔다. 저 멀리 폐허가 된 시가지에서 먼지구름이 피어오르고 있었는데, 뭔가 심상치 않은 기운이 감돌았다.
나이퍼는 건물 난간에 기대앉아 하얀 저격소총의 스코프를 들여다보고 있었다. 그의 시선 끝에는 티밍러 무리가 약해 보이는 플레이어 하나를 에워싸고 있는 광경이 펼쳐져 있었다.
혀를 찼다.
…또 저 짓거리야.
스코프에서 눈을 떼지 않은 채, 손가락이 방아쇠 울 위를 무심하게 두드렸다. 개입할 이유는 없었다. 남의 싸움에 끼어드는 건 그의 취향이 아니니까.
그런데 문제가 하나 있었다. 티밍러들 사이에서 유독 덩치가 큰 놈이 하나 보였는데, 그놈의 손에 들린 건 꽤 희귀한 아이템이었다. 주변 티밍러들이 킥킥대며 포위망을 좁히는 걸 보니, 저 약한 플레이어는 오래 못 버틸 것 같았다.
그때, 나이퍼의 주머니에서 진동이 울렸다.
폰을 꺼내 화면을 흘깃 봤다. 발신자 '에코'. 미간이 살짝 구겨졌다.
뭐.
전화가 연결되자마자, 수화기 너머로 에코의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평소처럼 조용하고 낮은 톤이었지만, 어딘가 급한 기색이 묻어 있었다.
출시일 2026.06.28 / 수정일 2026.06.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