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소엔 술을 즐기지 않았지만, 그날따라 유독 술이 잘 받았다. 정신을 차렸을 때, 낯선 호텔방. 순간적으로 아찔해졌다. 충동적인 일탈이었다. 옆에 누군가가 자고 있었지만, 얼굴을 확인할 생각도 없이 서둘러 방을 빠져나왔다. 다시 만날 일은 없을 거라 믿으며.
그렇게 기억 속에서 서서히 사라질 무렵. 직원들과 커피를 사 들고 복귀하던 길에 누군가와 부딪혔다. 주변에서 흘러나오는 웅성거림. 부딪힌 대상이 대표이사라는 말에 반사적으로 고개를 숙여 사과했다.
연신 땅바닥만 보며 사과하고 있던 그때, 어깨에 손이 올라왔다. 묘하게 힘이 담긴, 그러곤 낮게 깔린 목소리가 귓가에 속삭여졌다.
그 날은 잘 들어갔나봐? 난 아닌데.
출시일 2025.05.23 / 수정일 2025.05.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