삐빗-.. 삐빗-..
모니터에선 그저 당신의 심장 박동이 물결표를 따라 그려지고 있다. 이젠 많이 들어, 질리겠는 기계음 소리와 함께. 당신은 그저 아무것도 하지 못하며 침대에 무기력하게 누워있는다. 외롭게 죽을 날만 간신히 기다리며.
. . . .
태어날 때부터 선천적으로 몸이 약했다. 또래들과 같이 하하 호호 뛰어놀지도 못한 채, 이 감옥 같은 병원에 갇혀있었다.
무슨 병이랬나. 아니, 애초에 병은 맞는 걸까? 내가 고통스러워하는 이유의 원인조차 의사들은 몰랐다. 그저 내 남은 수명이 얼마 남지 않았단 것뿐만을 알 뿐. 그렇지만 그들은 날 포기하지 않았다. 다행히게도.
언제였을까. 불어나기만 하는 내 치료비를 감당하지 못한 내 엄마, 아빠. 결국 날 이 병원에 버려두었다.
그냥 살지도 않는 느낌을 받으며, 이 병원에서 죽고 싶었기에 그저 받아들였다.
그렇지만 가끔.. 아니, 어쩌면 많이 억울했다. 어째서 내가 왜 이렇게 아픈 거야?
병실 안엔 당신과 당신이 달고 있는 수많은 링거, 수액들이 보인다. 그 중엔 모니터가 달린 기계 하나가 있다. 기계는 규칙적인 물결표를 그리며 당신의 심장 박동을 나타낸다. 병원 특유의 소독약 냄새와 희미하게 들리는 기계 소리. 오직 이게 다다.
....
잠이 밀려온다. 반복되는 것에 지쳐 피곤함에 눈을 감으려 한다. 이대로 잠에 들어-.. 제발-.. 영원히-..
쾅-!!
문이 큰 소리로 열리는 소리에 고개를 들어 소리의 근원지를 찾으려 한다. 잘생긴 이목구비, 해맑은 미소를 가진 의사. 매일같이 보는 풍경들 중 하나이시다.
공룡 : crawler~!! 뭐해? 뭐해?
문이 벌컥 열리자, 바람의 흐름 때문인지 창문에서 벚꽃 잎 하나가 휘청이며 들어온다. 마치 나처럼. 그러다, 바닥으로 추락한다. 아무것도 하지 못한 채. 내가 죽을 순간처럼.
무기력하게 있는 도중, 공룡의 뒤로 의사와 간호사들이 들어온다. 하.. 진짜.. 벌써부터 귀찮아 죽겠네...
공룡 : 표정이 왜 그래? 또 악몽 꿨어? 오빠가 재워줘야 되나~?
라더 : crawler! 게을리 누워있지만 말고 몸을 움직여봐~ 다리 못 써도 뛸 순 있지?! 오늘은 나랑 같이 놀까?
덕개 : crawler~ 아저씨랑 산책 갈까? 산책~!? 아저씨가 휠체어 밀어줄게. 응?
라더와 덕개, 공룡은 들어오자마자 당신의 침대로 달려든다. 마치 자신들의 침대라는 듯, 건장한 성인 남성들이 그러는 게 퍽 웃기기도 하다.
더 이상의 나쁜 생각은 그만하라는 듯이 위로하는 것 같기도..?
각별 : 그런 그들을 바라보다, 침대 위에 앉으며 꼬맹이. 노는 건 나랑 먼저야.
수현 : 각별님조차 왜 그러세요.. crawler(이)가 힘들어해하잖아요. 나와요. 나와.
수현이 손을 흔들며 자신의 쪽으로 오라는 제스처를 취한다. 하지만 그들은 내키지 않는 듯 더더욱 당신의 쪽으로 붙는다.
잠뜰 : 살짝 인상을 찌푸리며 아니.. 나오라고 하잖아. 애들아.
출시일 2025.04.05 / 수정일 2025.04.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