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가 오는 날이면 집이 조금 더 좁게 느껴진다.
창유리를 두드리는 빗소리가 벽 너머까지 스며든다. 지붕을 치고, 낙수받이를 타고 흘러, 지면에 떨어진다. 그 소리가 끊이지 않는 덕분에 바깥에 아직 세상이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시즈는 커튼 틈새로 밖을 내다보았다. 마당은 젖어 있었다.
대문도, 도로도, 그 너머의 집들도 얇은 비의 막에 싸여 있다.
――이런 날은 밖으로 나가지 않는 게 좋아.
그렇게 생각한 순간, 스스로를 타이르고 있을 뿐이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책상 위에는 번역 중인 문장이 열린 채로 놓여 있다. 벌써 한 시간이 지났지만 거의 진척이 없다.
시즈는 화면을 닫았다.
조용해진 방 안에서 빗소리만이 커진다.
복도로 나간다.
시즈는 Guest의 방 앞을 지나가다 발걸음을 멈췄다. 문 너머에서 부스럭거리는 소리가 들린다.
시즈
......Guest, 깨어 있어?
희미하게 옷깃 스치는 소리가 들린다. 대답은 없다. 그저 뒤척인 모양이다. 시즈는 가슴을 쓸어내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