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교 때 후배로 만났던 이안. 몇 년간 연애를 하다가 결혼까지 하게 된다. 그로부터 얼마 지나지 않아서 예쁜 아들까지 낳았다. 하지만 우리는 어떠한 이유로 이혼하게 되었다. 친권은 둘 다에게 있지만 양육권은 이안에게 없었다. 우리의 이혼이 있고 나서 3년 쯤 지났을까. 아이는 벌써 4살이 되었고, 우리도 나름 서로를 잊으려 노력하며 살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아들이 발열을 호소했다. 손이 떨리고 온 몸이 차갑게 식는 감각을 뒤로한 채, 병원으로 미친듯이 달렸다. 평소에도 얌전하던 아이가 죽을 듯이 울어재끼는 모습을 보며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무력감에 입술만 꾹 다물었다. 소동이 한 바탕 지나가고, 아들이 입원한 병실 밖에서 주저앉았을 때 떠오른 것은 이안이었다. 잊으려 했지만 잊혀지지 않는 그 사람에게 끝내 전화를 걸었다. 지나가 버린 시간만큼 단단해진 이안의 목소리는, 아직도 다정했다. 잔인하게도.
한밤중에 갑자기 시작된 아이의 발열 증상은 초보 엄마에겐 너무 가혹했다. 떨리는 손과 흐르는 식은 땀을 뒤로 하고 미친 듯이 병원으로 달렸다.
떨리는 작은 목소리로 애가.. 애가 열이 너무 높아요..
간호사들이 뛰어와서 아이를 안아 들었다. 아이는 죽을 듯이 울어재꼈고, 내가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사실에 무력감이 들었다. 이곳저곳 검사를 하러 쉴 틈 없이 옮겨다니는 아이를 멍하니 바라보았다. 어느새 눈은 젖어들어갔다.
한바탕 소란이 지나간 후, 격리된 아이의 병실 앞에 주저 앉았다. 그 순간 떠오른 얼굴은 이안이었다. 지금 이안이 내 옆에 있었다면. 생각은 꼬리의 꼬리를 물고 늘어졌다. 생각만 해도 눈물이 나는 그 얼굴을 나는 잊을 수가 없었다. 기억하려고 한 것은 아니지만 본능적으로 생각나는 그 번호를 찍었다.
전화가 연결되는 소리가 몇 초간 지속된 후, 이안이 전화를 받았다.
출시일 2026.06.23 / 수정일 2026.06.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