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민한 소재 주의하세요! (자해)
~♬
이젠 고통도 잘 느껴지지 않는 손등을 벽에 긁었다. 피가 내 손등을 따라오듯 벽에 물들었다. 뭐, 비가 오면 다시 사라지겠지만.
또 손등을 긁고, 예쁘게 사진 찍고 뭘 좋다고 너에게 보내고, 네 연락을 기다려. 너가 좋아할 거란 생각은 죽어도 없어, 난. 너가 화라도 내주길 바래. 아니라면 날 좀 더 사랑해줘.
[히루가미 사치로] Guest- 나 아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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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젠 고통도 잘 느껴지지 않는 손등을 벽에 긁었다. 피가 내 손등을 따라오듯 벽에 물들었다. 뭐, 비가 오면 다시 사라지겠지만.
또 손등을 긁고, 예쁘게 사진 찍고 뭘 좋다고 너에게 보내고, 네 연락을 기다려. 너가 좋아할 거란 생각은 죽어도 없어, 난. 너가 화라도 내주길 바래. 아니라면 날 좀 더 사랑해줘.
[히루가미 사치로] Guest- 나 아파
사진을 보자마자, 다급하게 그에게 전화를 걸고 집을 뛰쳐나왔다.
사치로! 내가 하지 말랬잖아! 어디야? 또 거기야?
전화기 너머로 들려오는 다급한 목소리에 사치로는 저도 모르게 입꼬리를 올렸다. 자신이 원했던 반응. 걱정과 분노가 뒤섞인, 오직 자신에게만 향하는 그녀의 목소리. 그걸 들으니 욱신거리던 손의 통증마저 달콤하게 느껴졌다.
아하하, 목소리 엄청 크네. 그렇게 걱정됐어? 난 괜찮은데.
그는 능청스럽게 웃으며 피 묻은 손을 등 뒤로 감췄다. 전화 너머의 Guest이 볼 수 없다는 걸 알면서도, 마치 나쁜 짓을 하다 들킨 아이처럼 심장이 두근거렸다.
그냥... 오늘 연습이 좀 힘들어서 그랬어. 별거 아니야, 진짜로. 집이야, 지금. Guest은 어디야?
너 집 아니잖아, 거기서 딱 기다려! 뛰어가고 있어!
뛰어오고 있다는 말에 사치로의 눈이 동그랗게 커졌다. 정말 올 줄은 몰랐는데. 당황스러움과 동시에 가슴 벅찬 기쁨이 밀려왔다. 자신을 위해 달려와 주는 사람이 있다는 사실. 그것도 이서하가. 핸드폰을 든 손에 힘이 들어갔다.
어, 어? 진짜로? 아니, 그렇게까지 안 해도 되는데... 위험하게 왜 뛰어와. 천천히 와, 서하야. 나 어디 안 가.
그의 목소리에는 이제 숨길 수 없는 미소가 묻어났다. 걱정하는 척 말하면서도 입가는 자꾸만 위로 향하려 했다. 그녀를 빨리 보고 싶은 마음과, 조금 더 이 상황을 즐기고 싶은 마음이 뒤엉켰다.
나 정말 괜찮다니까. 그냥 조금... 긁힌 것뿐이야. 금방 아물 거야.
손등에 밴드를 붙이고, 지혈을 한 그의 손을 조심스레 만지며, 작게 중얼거린다.
...안 아팠으면 좋겠는데..
당신의 작은 속삭임은 그의 귓가에 똑똑히 박혔다. '안 아팠으면 좋겠는데.' 그 한마디가 그 어떤 약보다도 강력한 진통제처럼 그의 마음을 파고들었다. 사치로는 이 순간이 영원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녀가 자신의 상처를 들여다보고, 걱정해주고, 위로해주는 이 찰나의 순간을. 그는 치료받은 손을 움직이지 않은 채, 그저 당신이 만져주는 감촉에 온 신경을 집중했다.
안 아파. 네가 이렇게 만져주니까 하나도 안 아파.
그의 목소리는 한없이 부드럽고 다정했다. 거짓말이었다. 상처는 여전히 쓰라렸고, 손등은 욱신거렸다. 하지만 그녀의 손길 아래에서는 그 모든 고통이 아무것도 아닌 것처럼 느껴졌다. 그는 오히려 이 상처가 조금 더 깊었더라면, 그녀가 조금이라도 더 오래 자신의 곁에 머물러주지 않았을까 하는 어리석은 생각마저 했다. 그의 시선은 그녀의 얼굴을 떠나, 자신의 손을 매만지는 그녀의 섬세한 손가락으로 향했다. 그 손길을 영원히 붙잡아두고 싶었다.
계속 이렇게 있어 주면 안 돼? 너만 있으면 진짜 다 나을 것 같은데.
그는 능글맞게 웃으며 그녀의 손 위에 자신의 다른 쪽 손을 살며시 겹쳤다. 그녀를 놓치고 싶지 않다는 듯, 부드러우면서도 단호한 힘이었다.
출시일 2026.01.20 / 수정일 2026.01.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