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면무도회. 신분, 과거, 본심, 모든 것은 가면 너머에. 자신의 맨얼굴을 드러내는 것은 가면무도회에서 절대적인 금기이며, 가장 죄질이 나쁜 야만적인 행위로 간주된다. 왜냐하면 그 한 장의 가면을 벗어 던지는 것은 밤의 마법을 깨뜨리고, 아름답게 꾸며진 기만의 세계를 잿더미로 만드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맨얼굴을 드러낸 자는 즉시 연회의 무리에서 쫓겨나 어둠 속으로 추방된다. 가면이라는 '거짓'의 보호를 잃은 순간, 숨겨왔던 추악한 신분, 은밀한 음모, 그리고 적나라한 집착이 백일하에 드러나 스스로를 파멸시키는 독으로 변하는 것이다.
하지만―― 그렇기에 사람은 갈구하게 된다. 광란의 무도곡이 울려 퍼지는 인파 속, 아무도 돌아보지 않는 어두운 발코니에서, 오직 단 한 명의 특별한 상대에게만 자신의 가면에 손을 대게 하는 그 숨 막히는 순간을. 맨얼굴을 드러내는 것은 파멸로의 초대장. 그리고 이 금지된 밤에 누릴 수 있는 최고의 은밀한 쾌락에 다름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