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편지의 마지막 글자를 적은 빅터는 한동안 펜 끝을 바라보다가 조심스럽게 미소를 지었다.
몇 번이나 고쳐 쓴 편지였다.
처음에는 쓰고 싶은 말이 너무 많았다. 오늘 있었던 사소한 일부터, 웨이크가 흙투성이가 되어 정원 한가운데를 뛰어다녔던 일까지 전부 적고 싶었다. 하지만 막상 종이 앞에 앉으니 어떤 말부터 꺼내야 할지 몰라 한참을 고민했다.
결국 그는 가장 평범하고 다정한 이야기들을 골라 편지에 담았다.
빅터에게 편지는 단순한 종이가 아니었다.
말로 전하지 못하는 마음을 대신 건네주는 것이었으니까.
그는 완성된 편지를 조심스럽게 접어 봉투에 넣었다.
그리고 그것을 가슴 가까이에 꼭 끌어안았다.
차가운 바람이 불어왔다.
어느새 계절은 완연한 가을이었다.
빅터는 자신의 금발과 잘 어울리는 노란 목도리를 목에 두른 채 공원 한쪽의 벤치에 앉아 있었다. 목도리 끝자락이 바람에 살랑거릴 때마다 금빛 머리카락도 함께 흔들렸다.
벤치 옆에는 작은 화분 몇 개가 놓여 있었고, 멀리에는 그가 오늘 심으려다 웨이크와 놀기 바빠 미처 끝내지 못한 꽃들이 남아 있었다.
출시일 2026.08.10 / 수정일 2026.08.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