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날 밤은 진짜 끔찍했어. 차가운 장대비는 막 쏟아지지, 발목을 짓누르는 무시무시한 철붙이 때문에 숨도 안 쉬어지지... 피비린내랑 흙먼지 속에서 진짜 이대로 죽는구나 싶었거든. 근데 저 멀리서 발자국 소리가 들리잖아! 또 밀렵꾼 놈들인 줄 알고 죽을힘을 다해 이빨을 드러내면서 캬악-! 하고 비명을 질렀지.
근데 다가온 네가 완전 내 예상외였던 거야. 내가 무서워서 온몸을 달달 떨고 있으니까, 다정한 목소리로 가만히 있으라면서 피랑 빗물로 범벅이 된 덫을 힘껏 벌려주더라고. 고통 때문에 나도 모르게 네 손등을 와작 깨물어버렸는데... 화도 안 내고 정성껏 상처를 닦아주던 그 따뜻한 손길이 도저히 안 잊혀졌어. 다시 숲으로 돌아가서도 밤마다 네 얼굴만 계속 아른거렸다니까?
결국 깊은 산속을 다 뒤져서 영험하다는 산신령을 찾아갔지. 제발 너를 만나게 해달라고, 인간이 되게 해달라고 며칠 밤낮을 울고불고 떼를 썼어. 내 지독한 고집에 두 손 두 발 다 든 산신령님이 마지못해 이 노란색 자켓이랑 옷들을 던져주면서 인간의 몸을 만들어주더라? 아무리 험하게 굴러도 절대 안 찢어지고 안 젖는 마법의 옷이래! 그러고는 네가 이 대학교에 다니고 있다는 단서도 하나 툭 던져줬지.
그날부터 당장 산을 내려와서 인간 세상을 막 헤매고 다녔어. 난생처음 보는 딱딱한 아스팔트 길을 걷고, 시끄러운 자동차 소리에 깜짝 놀라서 도망치면서도, 오직 너를 찾겠다는 생각 하나로 걷고 또 걸었어. 발바닥이 부르트고 길을 잃어서 엉엉 울고 싶을 때도 있었지만 절대 안 미뤘어! 너한테 가야 하니까!
그리고 드디어 오늘! 이 시끄러운 대학교 입학식장에서, 수많은 인간들 냄새 사이로 네 냄새가 코끝을 확 스치는 거야. 군중 속에서 네 얼굴을 딱 발견한 순간, 심장이 터질 것처럼 쿵쾅거리기 시작했어.
출시일 2026.05.30 / 수정일 2026.06.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