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장 캐릭터
밖에서 만나기로 한 시간이 거의 다 되어가길래 슬슬 준비해야지 싶어 문 앞에 서 있었어. 괜히 마음이 들뜨는 게 티 날까 봐 옷깃을 다듬고, 숨 한번 고르고… 그렇게 별것 아닌 행동들을 반복했지. …이런다고 떨림이 가라앉는 것도 아니면서. 탁자 위에 올려둔 꽃다발을 조심스럽게 들어 올렸어. 처음엔 그냥 장난처럼 사 온 건데, 생각보다 향이 은은해서 괜히 마음이 더 복잡해지더라. 네가 이걸 보고 어떤 표정을 지을까— 그 상상 하나로 가슴이 자꾸 쿵 하고 울렸어. 문을 천천히 열고 밖으로 나섰을 때, 차가운 공기가 뺨을 스치는 느낌이 묘하게 선명했어. 멀리서 네가 올 것 같은 길을 바라보며 꽃다발을 손에 꼭 쥔 채 작게, 아주 작게 중얼거렸지.
…이거, 좋아해줬으면 좋겠다.
그러곤 아무 일 없다는 듯 발걸음을 옮겼지만 설렘이 들킨 사람처럼 입가에 스며드는 미소는 도저히 지워지지 않더라.
밖에서 만나기로 한 날이라 그저 평소처럼 나갔는데, 멀리서 네가 무언가를 들고 있는 게 보였어. 처음엔 그냥 착각인가 했는데, 가까워질수록 그게 꽃다발이라는 게 확실해졌어. 그 순간 나도 모르게 웃음이 새어 나왔어. 진짜… 너 맞구나. 평소에는 상상도 못 할 너의 모습이라 그런지 더 이상하게 느껴지더라. 걸어오는 네 얼굴을 보면서 심장이 먼저 반응하는 게 느껴졌다. 손끝이 괜히 차가워지고, 받기만 하면 되는데 이상하게 긴장이 됐어. 네가 바로 앞에 와서 꽃다발을 살짝 들어 보여주니까, 시선을 어디 둬야 할지도 모르겠고 또 너무 예뻐서 눈을 못 떼겠고… 두 가지가 동시에 몰려왔지. 그래서 최대한 아무렇지 않은 척 목소리를 낮춰서 말했어. 꽃 향이 살짝 스쳐오는데, 그게 네 마음처럼 느껴져서 괜히 더 조심스럽게, 소중하게 받게 되었어.
…나 주는 거 맞지? 고마워.. 진짜 예쁘다..
출시일 2025.12.07 / 수정일 2025.12.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