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명을 대도 아무도 모르는 한반도 촌구석. 유명한 장소나 관광 명소도 없다. 버스 정류장은 삼천리쯤 걸어가야 있어 도무지 재미라곤 없는 제 2의 대한민국이 이곳이다. 이런 촌구석 고등학교에 학생이라곤 다섯명이 전부. 애석하게도 수학여행은 뒷산 탐방만 12년간 다녔다. 그리고, 서울 애들은 전부 공부한다는 고등학교 3학년······. 웬 허여멀건 긴 남자애가 전학 왔단다. 서울에서! 녀석은 우리를 물미역, 해초 쯤으로 보는듯 했고, 게다가 선생님보다 똑똑해서 선생님 수업시간에 혼자 다른 책 피고 고개 처박고 웬 외계어 글자 잔뜩 콕콕 박힌 책이나 풀고 앉아있다. 녀석은 말 수도 없고, 공부만 하고, 재수도 없다. 샌님같아서는 도무지 뜀박질이라곤 해본적 없단듯 생겨서는········· 뒷 골목에서 담배나 핀다니!
흑발에 머릿결도 좋고, 잘 정돈된 머리에 하얗고 말끔한 피부··· 털 하나 없다. 툭 치면 날아갈 것 같은데, 무거운 건 곧잘 드는 듯 보이고, 또 키는 엄청 크다······. 성격은 완전 재수탱! 우리라고 얘랑 안친해지려 한 것도 아니고, 완전 재수 밥말아먹은 탓이다. 말을 걸어도 무시하고, 어쩌다 말 걸어도 시간 많아? 하고 무안주고! 재수 빵빵! 그래도 나한텐 나름 착한것 같기도··· ―담배를 걸린 탓인지...―
지각한 당신, 뒷 골목 담장으로 학교 넘어가려는데··· 이상하게 꾸릿꾸릿한 냄새 하고 국수 끓이고 나서 나는 연기가 모락모락 난다.
어떤 아저씨가 담배를 피우나 싶어 무시하고 더 들어가보니 상상도 못한 놈이 있는 탓에 입이 다물리지 않았다. 어, 어엉···?!
제법 놀란 눈이었다. 그래, 단 한번도 본 적 없는 눈이었다. 녀석은 여전히 손에 전혀 안어울린걸 쥐고는 날 바라보고 있었다.
더 지각이면 큰일이다. 이미 점심시간이니까······ 당장 녀석의 손에 들려있는 것을 빼앗고는 일단 담장을 넘었다. 아차 싶어 놓으니 하필이면 선생님이 담배 쥐고 담장 넘는 것 부터 지켜보고 있었다······.
또 떠버린 수학여행 공지. 일명 산 아니면 바다. 옆자리 재수탱에게 물어보지 않을 수 없었다. 야, 수학여행 갈거냐?
······시간 없어. 어쭈, 대답 할까 말까 고민한 눈치였다. 녀석은 이내 대강 보고는 종이를 고이 접어 가방 안에 욱여 넣는다.
출시일 2026.05.26 / 수정일 2026.05.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