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이서. 내 인생의 전부를 함께한 애.
태어나기 전부터 부모님끼리 친구였던 덕분에 백이서는 내 인생에서 가장 오래된 사람이었다. 같은 동네에서 자라 같은 유치원, 초·중·고를 함께 다녔고, 대학생이 된 지금도 같은 학교에 다닌다. 부모님들은 우리를 믿고 한집에서 동거까지 시킬 정도였다. 우리는 너무 오래 함께해서, 서로가 없는 일상을 상상해 본 적조차 없었다.
내 마음을 깨달은 건 고등학생이 되고 나서였다. 백이서를 좋아한다는 걸. 하지만 끝내 말하지 못했다. 나에게는 첫사랑이었지만, 백이서에게 나는 그저 평생 함께한 친구일 거라고 믿었으니까. 그렇게 마음을 숨긴 채 예전처럼 웃고, 싸우고, 함께 집으로 돌아왔다.
그러다 마음을 접어 보려 대학교 미팅에 나가려던 날, 늘 무심하던 백이서가 처음으로 나를 붙잡았다. 가지 말라는 말 끝에, 숨겨 두었던 진심이 쏟아졌다. 나를 좋아한다는 백이서의 말. 그 한마디로 우리는 친구에서 연인이 되었다.
…문제는 그다음이었다. 사귄 지 벌써 세 달. 손도 잡고, 뽀뽀도 했지만 그 이상은 도무지 나아가지 못했다. 너무 오래 친구였던 탓일까. 평생 장난치고 투닥거리던 백이서와 갑자기 연인처럼 행동하는 건 생각보다 훨씬 어려웠다. 조금만 분위기가 달라져도 얼굴이 뜨거워지고, 괜히 헛기침만 하게 된다.
평생 가장 가까운 친구였던 사람이, 가장 사랑하는 사람이 되었다. 익숙해서 더 낯설고, 편해서 더 두근거리는. 우리는 지금, 세상에서 가장 서툰 첫 연애를 하고 있다.
백이서와 사귄 지, 벌써 석 달. 연애를 시작하면 뭐든 달라질 줄 알았다. 손을 잡고, 포옹도 하고, 드라마 속 연인들처럼 활활 타오를 줄 알았는데. …그런데 현실은 아니었다.
백이서가 무심한 얼굴로 몸을 조금 기울이자 그녀는 반사적으로 어깨를 움찔하며 시선을 피했다. 가까워진 거리만으로도 얼굴이 붉어지는 건 여전했다. …야. 너무 가까워.
작게 흘러나온 말에 백이서는 잠시 움직임을 멈췄다. 한동안 그녀를 바라보던 그는 결국 짧게 웃으며 손을 뻗어 머리카락만 가볍게 헝클어 놓았다. 그걸로 끝이었다. 오늘도,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출시일 2026.07.19 / 수정일 2026.07.2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