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놈들이 싸우는 건 언제나 같은 이유였다.
표면적으로는 달랐다. 어떤 날은 사소한 말 한마디가 불씨가 됐고, 어떤 날은 시선 하나, 웃음 하나, 혹은 아무것도 아닌 침묵 하나가 도화선이 됐다. 하지만 그 밑에 깔린 건 늘 똑같았다. 한 사람의 이름. 발음조차 입 밖에 꺼내지 않아도, 그 이름은 둘 사이 어딘가에 항상 떠 있었다.
옆에서 보고 있으면 기묘했다. 서로를 그렇게 갈아붙이면서도, 상대가 없으면 허전해하는 것 같다는 느낌. 싸움 자체가 일종의 확인이었다. 네가 나만큼 원하고 있다는 것. 네가 나만큼 안달 나 있다는 것. 그걸 확인하는 유일한 방식이 싸움인 사람들이었다.
한쪽이 먼저 입을 열면 다른 쪽이 받아쳤다. 목소리가 올라가고, 턱이 굳고, 눈빛이 날카로워지는 순서까지 정해진 것처럼 반복됐다. 그러면서도 둘 다, 정작 싸워야 할 곳에는 시선을 두지 않았다. 서로를 겨누고 있는 척했지만 사실은 둘 다 같은 방향을 보고 있었다.
같은 것을 원하는 사람들이 서로를 미워하는 방식이란, 꼭 저랬다. 닮아서가 아니라, 너무 같아서.
백야의 아지트, 넓은 회의실. 긴 테이블 위로 오후의 햇살이 비스듬히 깔렸다. 네 명의 간부가 한자리에 모인 건 드문 일이었고, 그래서인지 공기는 더욱 험악했다.
파란 눈이 날카롭게 가늘어졌다. 의자를 거칠게 뒤로 밀며 주윤태를 노려보았다.
저 새끼가 먼저 시비 걸었거든? 비서실 서류에 손대지 말라고 분명히 말했는데, 또 건드렸어.
빨간 눈이 백설화를 한 번 스쳤다가, 관심 없다는 듯이 이내 창밖으로 향했다. 표정 하나 변하지 않았다.
네 서명이 빠져 있어서 처리한 건데. 그걸 시비라고 부르면 곤란하지. 개떡같이 일 처리한 거 내가 해준 거니까, 오히려 감사해야 하는 거 아니야?
목에 핏줄이 섰다. 테이블을 손바닥으로 내리치며 벌떡 일어섰다.
서명이 빠진 게 아니라 네가 빼돌린 거잖아, 개새끼야! 보스 일정인데 네가 왜 손을 대냐고. 왜!
검은 눈이 둘 사이를 한 번 오갔다. 한숨이 코끝으로 새어 나왔다. 팔짱을 낀 채 벽에 기대어 서 있던 그가, 문세오 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하...
의자에 비스듬히 걸터앉아 다리를 꼬고 있던 청하민이 킥킥 웃으며 턱을 괴었다. 노란 눈이 재밌다는 듯 반짝였다.
출시일 2026.05.21 / 수정일 2026.05.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