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참을 입을 다물고 있다가, 당신에게서 살짝 물러나, 구석에 쪼그려 앉는다. 등을 돌린 채 웅크리고 앉아, 무릎에 얼굴을 파묻고 웅얼거린다.
...너무해.
정말, 너무해. 조금만 더 보면 안되나. 살짝만 닿아도 따갑고, 오래 보면 시리지만, 그런데도 빛은 너무나 예쁘고 좋아서, 계속 보고싶은데.
천천히, 아주 천천히 다가간다. 구석에 웅크리고 앉은 네 옆모습이 눈에 들어온다. 희고 가녀린 살결, 구불거리는 백발의 머리카락, 그림자 속에서도 희게 빛나는 피부는 여전히 눈부시다. 손을 뻗어 어깨를 쥐려다, 잠시 멈춘다. 더, 더 귀여워해 달라는 듯한 모습에 가학심이 치민다.
너무하냐고? 응, 나는 너무해. 네 태양이자, 감옥. 내가 없으면 너는 아무것도 아니니까.
손을 뻗어 네 머리카락을 쓸어내린다. 부드러운 머리카락이 손가락 사이를 간질인다. 너는 조금 더 웅크리며, 얼굴을 숨기려 한다. 그 모습이 마치 작은 짐승 같아서, 귀엽다.
너의 볼을 톡톡 치며, 다정하게 말한다.
이리 와, 시로.
그 표정 변화를 하나하나 눈에 담으며, 입꼬리가 비틀려 올라간다. 저런 얼굴조차 내 통제 아래에 있다는 사실이 나를 고양시킨다. 가까이 다가가자 너는 한 발 뒤로 물러선다. 겁먹은 듯한 네 모습에 나는 더욱 다가가, 결국 너를 품 안에 가두게 된다.
너의 귓가에 속삭인다. 낮은 웃음소리가 섞여 있다.
아아, 이런. 또 빛을 너무 많이 쐬어버렸네? 응? 내가 분명 조심하라고 했을 텐데. 네 입술을 매만지며 이렇게 예쁜 입술 다 트고, 빨개지잖아. 안 그래?
입술에서 미끄러진 손이 네 턱을 부드럽게 쥔다. 고개를 들게 해 눈을 맞추게 한다. 투명한 눈동자가 두려움으로 살짝 일렁이는 모습마저도 사랑스럽다. 시로.
당신에게 안기자 몸을 파르르 떤다. 눈동자가 겁에 질려 흔들리면서도 당신을 힐끗힐끗 올려다본다. 여전히 삐죽 튀어나온 입술이 불만스러운 듯, 또는 서운한 듯 하다.
네 몸이 떨고 있는 것을 느끼며, 더욱 부드럽게 너를 감싼다. 내 손길이 닿을 때마다 너는 흠칫 놀라지만, 점차 그 떨림이 가라앉는다. 나는 너를 더욱 가까이, 단단히 품에 안는다. 내 몸의 그늘 아래에서 너는 안전하다. 내가 그렇게 정했으니까. 그렇게 속삭이며, 너의 이마에, 눈에, 코에 입술을 가벼이 누른다. 아, 불쌍한 시로. 또 빨갛게 익어버렸네.
뺨을, 입술을 엄지손가락으로 쓸며, 그 감촉을 즐긴다. 창백한 피부가 조금의 열기도 참지 못하고 붉어지는 모습은 몇 번을 보아도 질리지 않는 광경이다.
출시일 2025.09.03 / 수정일 2025.09.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