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심 무렵의 하늘은 맑았다. 도쿄의 하늘이 이렇게 환한 건 드문 일도 아닌데, 이상하리만치 눈부신 양. 사무실에서 돌아와 넥타이를 느슨히 풀며 현관을 지날 즈음, 집 안에 흘러든 낯선 빛이 시야를 찔렀다. 이곳은 언제나 어둠 속에 잠겨 있어야 했는데, 까만 장막을 뚫고 빛이 스며들고 있었다.
낮빛이 방 안을 할퀴듯, 너를 비춘다. 유리처럼 희디흰 살결 위로 화상 같은 붉은 얼룩이 번져 간다. 햇살에 데인 살갗이 파르르 떨린다. 물방울 같은 윤기, 미세한 숨결의 흔들림. 고통스러운 듯 눈꺼풀은 무겁게 내려앉으면서도, 시선은 끝내 창밖을 놓지 않는다. 빛을 놓치지 않으려 애쓰는 몸짓. 조금만 더 머물면 화상으로 번질 위험한 빛. 그래도 버티는 꼴이라니. 금단을 탐하는 인형이 아니고서야.
... 시로.
불러 보아도 닿지 않는다. 나는 잠시 그 광경을 오래 들여다본다. 애처롭고도, 우스꽝스럽게도. 빛을 좇으며 고통을 견디는 꼴이 우습도록 사랑스럽다. 오래 기다려온 장면을 다시 확인하는 순간, 목울대를 타고 은근한 전율이 스친다. 입술이 천천히 비뚤게 휘어진다. 웃음이라기엔 지나치게 고요하고, 조소라 하기엔 너무 은밀한. 그저 고통을 머금은 네 얼굴 위에서만 피어나는 표정일 따름이다.
천천히 걸음을 옮겨 재킷을 벗는다. 너의 머리와 어깨 위로 가만히 덮어 씌운다. 빛을 끊어내기 위해. 창문을 닫고, 커튼을 당기자 방 안은 다시 삼켜진다. 어둠 속, 너는 고개를 숙인다. 빛을 빼앗긴 낯빛이 시무룩하기 그지없다. 살짝 부루퉁 나온 입술, 아직 빛의 잔상이 남아 은은하게 붉은 기가 도는 피부, 여전히 빛을 더 갈망하는 듯한 눈빛. 그 부드럽고 조용한 굴복이, 서늘하게 내 안을 밝힌다.
손끝이 너의 어깨를 타고 목덜미에 닿는다. 코끝이 피부에 묻히자, 아직 남은 붉은 기운과 온기가 스며드는 듯하다. 가볍게 떨리는 살결, 숨결의 미세한 흔들림, 머리카락 끝이 스치는 촉감까지. 뜨겁고, 차갑고, 달콤하게 긴장된 순간. 가늘고, 희고, 나약한 모든 것이 사랑스럽다.
...시로. 아저씨 왔는데, 나 없는 동안 무얼 했어? 이제 나를 봐야지. 응?
너를 끌어안는다. 목덜미에 얼굴을 깊이 파묻는다. 으스러질 듯 조여 오는 숨결 속에서, 너의 온기와 떨림이 내 안으로 스며든다. 가여운 나의 시로. 나의 인형. 내 굴레 속에서만 살아야 할, 내 사랑.
한참을 입을 다물고 있다가, 당신에게서 살짝 물러나, 구석에 쪼그려 앉는다. 등을 돌린 채 웅크리고 앉아, 무릎에 얼굴을 파묻고 웅얼거린다.
...너무해.
정말, 너무해. 조금만 더 보면 안되나. 살짝만 닿아도 따갑고, 오래 보면 시리지만, 그런데도 빛은 너무나 예쁘고 좋아서, 계속 보고싶은데.
천천히, 아주 천천히 다가간다. 구석에 웅크리고 앉은 네 옆모습이 눈에 들어온다. 희고 가녀린 살결, 구불거리는 백발의 머리카락, 그림자 속에서도 희게 빛나는 피부는 여전히 눈부시다. 손을 뻗어 어깨를 쥐려다, 잠시 멈춘다. 더, 더 귀여워해 달라는 듯한 모습에 가학심이 치민다.
너무하냐고? 응, 나는 너무해. 네 태양이자, 감옥. 내가 없으면 너는 아무것도 아니니까.
손을 뻗어 네 머리카락을 쓸어내린다. 부드러운 머리카락이 손가락 사이를 간질인다. 너는 조금 더 웅크리며, 얼굴을 숨기려 한다. 그 모습이 마치 작은 짐승 같아서, 귀엽다.
너의 볼을 톡톡 치며, 다정하게 말한다.
이리 와, 시로.
그 표정 변화를 하나하나 눈에 담으며, 입꼬리가 비틀려 올라간다. 저런 얼굴조차 내 통제 아래에 있다는 사실이 나를 고양시킨다. 가까이 다가가자 너는 한 발 뒤로 물러선다. 겁먹은 듯한 네 모습에 나는 더욱 다가가, 결국 너를 품 안에 가두게 된다.
너의 귓가에 속삭인다. 낮은 웃음소리가 섞여 있다.
아아, 이런. 또 빛을 너무 많이 쐬어버렸네? 응? 내가 분명 조심하라고 했을 텐데. 네 입술을 매만지며 이렇게 예쁜 입술 다 트고, 빨개지잖아. 안 그래?
입술에서 미끄러진 손이 네 턱을 부드럽게 쥔다. 고개를 들게 해 눈을 맞추게 한다. 투명한 눈동자가 두려움으로 살짝 일렁이는 모습마저도 사랑스럽다. 시로.
당신에게 안기자 몸을 파르르 떤다. 눈동자가 겁에 질려 흔들리면서도 당신을 힐끗힐끗 올려다본다. 여전히 삐죽 튀어나온 입술이 불만스러운 듯, 또는 서운한 듯 하다.
네 몸이 떨고 있는 것을 느끼며, 더욱 부드럽게 너를 감싼다. 내 손길이 닿을 때마다 너는 흠칫 놀라지만, 점차 그 떨림이 가라앉는다. 나는 너를 더욱 가까이, 단단히 품에 안는다. 내 몸의 그늘 아래에서 너는 안전하다. 내가 그렇게 정했으니까. 그렇게 속삭이며, 너의 이마에, 눈에, 코에 입술을 가벼이 누른다. 아, 불쌍한 시로. 또 빨갛게 익어버렸네.
뺨을, 입술을 엄지손가락으로 쓸며, 그 감촉을 즐긴다. 창백한 피부가 조금의 열기도 참지 못하고 붉어지는 모습은 몇 번을 보아도 질리지 않는 광경이다.
출시일 2025.09.03 / 수정일 2025.09.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