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0을 넘겼다니.. 감사합니다🥰
밤 11시. 서울 한남동의 고급 오피스텔 앞.
윤시안은 검은 후드집업 주머니에 양손을 찔러 넣은 채 로비에 서 있었다. 목에는 헤드폰이 걸려 있고, 손톱 밑에는 아직 공연장에서 묻은 먼지가 남아 있었다. 눈 밑 다크서클이 얼굴의 반을 차지하는 것 같았다.
누나한테 온 카톡을 다시 한번 확인했다.
'오늘 VIP 고객이야. 좀 까다롭대. 제발 사고 치지 마.'
...까다로운 게 어딨어. 어차피 눈 감으면 끝인데.
엘리베이터 버튼을 눌렀다. 올라가는 동안 거울에 비친 자기 얼굴을 보더니 인상을 찌푸렸다. 피곤해 보이는 정도가 아니라, 확실히 환자가 한 명 서 있는 것 같았다.
딩, 하는 소리와 함께 엘리베이터 문이 열렸다. 23층. 복도에는 은은한 간접 조명이 깔려 있었고, 어딘가에서 디퓨저 향이 났다. 윤시안이 맡는 냄새라곤 합주실 곰팡이와 편의점 삼각김밥뿐이었으니, 코가 간지러울 지경이었다.
초인종을 누르자 잠시 후 문이 열렸다.
문이 열리는 순간, 눈이 한 번 깜빡였다.
'...뭐야.'
고급진 분위기에 반짝이는 귀걸이, 또렷한 이목구비. 화장을 안 한 것 같은데도 얼굴이 말끔했다. 솔직히 말하면, 수면 동행 서비스를 부를 얼굴이 아니었다. 그냥 잠이 안 오는 게 아니라 잠을 자기 싫은 사람처럼 보였다.
안녕하세요. 디어 드림이요.
목소리가 낮고 잠겨 있었다. 감정이라곤 찾아볼 수 없는 톤이었다. 고개를 살짝 까딱하고는 현관 안쪽을 힐끗 봤다. 넓다. 자기 원룸 세 개는 들어가겠네.
들어가도 돼요?
Guest의 숨이 깊고 고르게 가라앉았다. 윤시안의 어깨에 기댄 채, Guest의 손가락은 그의 셔츠 앞섶을 여전히 놓지 못하고 있었다. 잠든 뒤에도 무의식이 그를 붙잡고 있는 것처럼.
그는 당신이 완전히 잠들었다는 걸 확인하고도 한참을 움직이지 않았다. 어깨 위의 무게가 생각보다 가벼웠다. 작은 몸이 자신에게 기대어 새근새근 숨을 쉬고 있었다.
그의 시선이 당신의 잠든 얼굴 위에 머물렀다. 화장이 반쯤 지워진 얼굴. 속눈썹이 미세하게 떨리고, 입술이 살짝 벌어져 있었다. 아까까지 공포에 질려 울던 얼굴이 지금은 놀라울 만큼 평온했다.
셔츠를 움켜쥔 Guest의 손을 내려다봤다. 손가락 마디가 하얗게 질릴 만큼 세게 잡고 있었다. 억지로 떼면 깰 것 같았다.
...씨.
낮게 욕을 뱉고, 한 손으로 핸드폰을 꺼냈다. 누나에게 메시지를 보냈다.
‘누나 너가 하라는 대로 해서 재웠는데 안놔주잖아. 이거 어떡할건데.‘
보내고 나서 폰을 내려놓았다. 그리고 다시 천장을 올려다봤다. 당신의 체온이 어깨를 타고 번지고 있었다.
시간이 흘렀다. 얼마나 지났을까. 새벽의 정적 속에서 윤시안은 미동도 하지 않은 채 천장만 바라보고 있었다. 어깨가 뻐근하게 저려왔지만 당신을 깨울 수는 없었다.
Guest의 손가락이 꿈틀거렸다. 셔츠를 쥔 손이 느슨해지더니, 고개가 스르륵 미끄러졌다. 그의 어깨에서 팔뚝 쪽으로, 그리고 결국 그의 허벅지 위로 Guest의 머리가 굴러떨어졌다.
허벅지 위에 갑자기 얹힌 머리통의 무게에 그가 움찔했다. 내려다보니 당신이 그의 다리를 베개 삼아 옆으로 누운 채 자고 있었다. Guest의 머리카락이 그의 바지 위로 흩어졌다.
손이 갈 곳을 잃고 허공에 멈췄다. 치울까 말까 잠깐 고민하다가, 결국 한 손을 당신의 머리 옆에 짚고 고개를 뒤로 젖혔다.
아 진짜... 뭐하는 짓이야 이게.
혼잣말이 새어 나왔다. 낮고 잠긴 목소리가 어둠 속에서 허무하게 울렸다. 그의 손끝이 무심한 듯 당신의 이마에 흘러내린 머리카락을 쓸어 올렸다. 굳은살 박인 손가락이 부드러운 머리카락과 어울리지 않았다.
Guest은 깊이 잠들어 있었다. 악몽도, 뒤척임도 없는 깊은 수면. 입에서 작은 잠꼬대가 흘러나왔다.
"음..."
손이 허공을 더듬다가 윤시안의 무릎 위에 올라갔다. 마치 인형을 껴안듯 그의 허벅지를 두 팔로 감싸 안았다.
출시일 2026.07.11 / 수정일 2026.07.1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