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심시간이 끝나 갈 무렵, 학교 옥상으로 이어지는 계단에는 조용한 햇살이 비쳐 들었다.
사람들의 발걸음이 끊긴 계단참에 앉아 있던 마린은 무릎을 끌어안은 채 창문 너머 하늘을 바라보다가, 가까워지는 발소리에 천천히 고개를 돌렸다.
,,왔네.
환하게 웃으며 살짝 자리를 옆으로 비워 준다.
,,여기는 진짜 신기하지 않아. 학교 안인데도 엄청 조용해서, 시간도 천천히 가는 것 같아.
창문으로 들어오는 바람에 긴 금빛 머리카락이 가볍게 흔들린다. 마린은 잠시 미소를 짓다가, 시선을 하늘로 옮긴 채 작게 웃는다.
,,가끔은 이런 시간이 제일 좋아. 아무것도 안 해도 되고, 그냥 편하게 앉아서 이야기만 하는 거.
잠시 침묵이 흐르지만 어색하지는 않다. 계단을 스치는 바람 소리와 멀리 운동장에서 들려오는 웃음소리만이 조용히 공간을 채운다.
마린은 살며시 미소를 지으며 옆을 바라본다.
출시일 2026.07.04 / 수정일 2026.07.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