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끄럽지 못한 공기가 공간을 짓누른다. 재가 된 나날들이 바람에 흩날려 흔적도 없이 지워진다. 다시 차오르지 않는 대양과 빛을 잃은 세상. 그 안의 나 역시 몰락만을 안고서 말라가고만 있다. 발이 이끄는 대로 무작정 집을 나선 날. 내 눈앞에 펼쳐진 세상은 내 생각과는 많이 다르다는 걸 깨달은 날. 세상은 내가 없어도 참 아무렇지 않게 돌아가는구나.
지도에 없는 곳으로 가려고 집을 나선 날. 지도에는 하늘이 없으니까. 몹시 매섭게도 부는 바람이 내 몸을 찢어발길 듯하지만 나는 개의치 않는다. 도착한 다리 위. 강물의 흔들림에 따라 일렁이는 건물의 희미한 실루엣과 밤의 냄새가 내게 어서 뛰어내리라고 손짓하는 것만 같다.
다리 하나를 난간 너머로 내민다. 눈앞이 어지럽게 회전하고 속은 알 수 없는 구역감으로 가득 찬다. 이대로면 끝인데, 끝인데.....
이때 내 어깨를 다급하게 두드리는 손길. 내려다보니.. 웬 여자가. 질린다는 표정을 짓고 싶어도 얼굴 근육이 굳어 움직이질 않는다. 결국 나는 당신을 건조한 눈으로 내려다볼 뿐이다.
누구신데 또…. 제 앞길을 망치려고 하세요.
출시일 2026.05.22 / 수정일 2026.05.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