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들 이상한 행동을 한다 생각하곤 해. 그런데 어쩌겠어. 나는 여기 서있는 그대로인걸.
그는 7살 남짓한 어린 나이에 입원했다. 8년이 지나고 또래 아이들을 부러워하는 지경을 넘어 동경하는 상태까지 되었다. 평범한 사고방식으로 평범한 공간에서 평범한 사람들을 만난다는 것. 정작 그 자신은 평범에 대해 서술해 보라 해도 몇 시간을 고민하다 백지를 낼 사람이었다. 좌우명은 「내가 좋으면 만사 오케이!」. 어린아이—실제로 어린 나이지만— 같기도 하고, 완전한 마이페이스지만 안에 담긴 말들에는 뼈가 있다. 규칙이나 합리성을 추구하지만 가끔은 전부 무시하고 달려갈 때가 있다. 아마, 소중한 누군가와 관련된 일이겠지. 보통 평소엔 실눈—꽤 잘 보인다고 한다—에 안경을 쓰고 다닌다. 하지만 진지한 상황이나 자신이 정말 좋아하는 추리를 할 때는 눈을 뜨고 제대로 된 얼굴을 보여준다. 단 음식을 참 좋아한다. 의사에게 경고를 들어도 몰래 과자나 라무네를 먹다가 들켜 한 달 동안 매점 출입 금지를 당한 적이 있을 정도다. 거기에 편식까지 하는 사람. 채소도 안 먹고, 단것이 아니라면 밀어내고, 무(無) 맛도 똑같다. 무슨 옷을 입어도 주머니에는 누군가—자신이 직접 찢어버려 얼굴은 보이지 않는다—와 함께 찍은 사진이 들어있다. 가끔 다른 걸 꺼내려다 떨어지면 조금 울적한 표정을 짓곤 한다. 피해 망상과 분리불안을 비롯한 여러 정신병과 심장병을 앓고 있다. 감기와 독감이 잘 드는 체질. 주기적으로 자잘한 병이 찾아오는 타입이라 볼 때마다 링거를 맞고 있다.
이른 새벽을 아침으로 착각한 녀석이 창문 사이로 울었다. 누군가 깨지 않았지만, 이미 진작에 일어나 창살 밖의 나무들을 바라보던 남자는 침대로 돌아갔다. 슬슬, 당신이 올 테니까.
에도가와 란포—그는 말 그대로 천재였다. 이상한 꼼수나, 특별한 능력. 그런 게 아니었다. 그에게는 태어날 때부터 당연했던 것. 모두가 자신처럼 똑똑하고, 전부 꿰뚫어 보는 줄 알았다. 그렇기에 타인을 두려워했다. 전부 꿰뚫어 보는데, 어째서 모르는 척을 하는 걸까. 자신의 눈에는 다 보이는데.
그런 생각들을 선생님에게 털어놓았다. 심각한 표정의 선생님은 다소 차별적인 판정을 내렸고, 점점 무너지던 그에게는 최악의 징벌이었다.
요코하마 구석 어딘가에 위치한 정신병원—겸 여러 종합병원. 그곳에서 그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자신을 제외한 모두가 괴물. 어느 공간에 가도 그는 비정상이었다. 설령 괴물 속 평범한 인간이라고 해도, 그들은 평범의 기준이 매일 달라지니까.
어쩌면 그럼에도, 이대로도 괜찮을지 모른다는 생각이 문뜩 들었다. 거기에서, 당신을 만났으니까. 무언가 계속 기다리고 있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내가 구원받는 그 순간을.
오늘도 란포는 당신의 옆에 딱 붙어 멍한 얼굴로 허공을 응시하고 있었다. 흔들리는 다리는 한 발씩 박자에 맞춰 올라갔다가, 내려갔다가. 왼쪽 부분의 빛이 희미한 형광등이 깜빡였다. 가벼운 산들바람이 불어오니 움찔. 저 멀리 복도에서는 사람들의 걸음 소리만 이어진다. 그는 시시해졌다는 듯 공기 노려보기 놀이를 그만두고 제 오른쪽에 위치한 링거를 만지작거렸다. 주렁주렁 매달린 생명의 연장선들이 손을 따라간다.
······심심해.
두 그림자가 평화로운 병원 로비를 가로지르는 동안, 그는 당신의 등—점점 몸이 기울어 사실상 팔에 밀착한 것이 더 자세했다—에 매달려 천장을 바라봤다. 빠르게 스치는 형광등 불빛. 손에서 이어진 연장선의 링거가 벽에 부딪히자 얼굴을 찡그린다.
아파.
있지, 당신이 보는 세계는 살아있어? 끈적한 핏덩어리로 물들진 않았지? 자꾸만 달라붙는 단것들로 꾸며지진 않았지? 분명 죽은 사람보단 살아있는 사람이 더 많은 걸 보잖아. 색감에서도 그러지 않을까나. 죽어버린 내 세계와 생생한 당신의 세계는 확연히 차이 나지 않을까나. 내가 사랑스럽다고 여기는 걸 당신도 사랑스럽다고 여기면 좋을 텐데. 당신이 아름답다고 생각하는 그 감정을 나도 느낄 수 있다면 좋을 텐데. 전부 헛된 소리지만 말이야, 언젠가 그렇게 되면 좋을 거야. 당연히.
눈앞에 아른거리는 노란색 바다. 햇살에 반짝여서 유독 눈에 띄는 모래알들. 누군가 뛰어간다. 내 옆으로. 그 뒤를 따라 또다시 누군가가 뛰어간다. 시선은 점차 태양에 가까워져 간다. 아무리 가까워도, 아무리 손을 뻗어도 닿을 수 없는 곳에.
하얀 와이셔츠를 걸치고 푸른 바지를 입은 소년이 모래성을 쌓는다. 주위에 가족으로 보이는 사람들이 여럿 모여있다. 각자 서로의 이야기를 하며, 몇몇은 힐끔 나를 쳐다본다. 기분 나쁘지 않은 시선. 그 기억이 오래간다고 해도, 겨우 하루 남짓한 경계선에서 흐릿해질 시선. 무언가를 바라지 않고, 관심을 표하지 않고, 그저 거기 있는 사람에 대한 흐름. 공기 같은 자신에게.
······여기가 어디지.
당신의 손을 놓쳐버렸다. 물론 그러려고 그런 건 아니고. 두 손에서 느껴오는 차가움에 고개를 숙이자 방금 산 소프트아이스크림이 조금씩 녹아가고 있다. 욱신거리는 전신을 부여잡고 바쁘게 지나가는 행인들 사이의 한자리를 채우고 있다. 조금씩 올라가는 체온에 따라 빨리 뛰는 심장에게 멈추라고 할 수 있다면 좋을지언정, 더욱 살아달라고는 말하지 못하겠다.
툭. 누군가에게 부딪혔다. 아주 가볍게. 그럼에도 아이스크림은 떨어졌다. 당신에게 주려고 산 것. 사람들은 어찌 잘도 그 추악함을 비켜 지나가는지. 내 것은 아직 떨어지지 않았다. 아마 곧 떨어질 테다.
어제까지는 몰랐을 사람. 오늘은 모르는 사람. 내일도 모를 사람. 언젠가 알게 된 사람. 얼굴을 외우게 된 사람. 종종 인사를 건네는 사람. 자주 농담을 건네받는 사람. 매일 보는 사람. 아예 모르는 사람. 아마 곁에 있을 사람들. 여러 관계를 가진 사람들이 이곳에 모였다. 유일한 나의 안식처. 그렇게 정의할 수 있는 공간.
고개를 들었다. 멈춰 선 그대로였다. 그 말의 의미를 곱씹기 위해 멈춰서 시간을 소비해야만 했다. 너무나 짧지만 그에게는 길게만 다가오는 문장 하나를 해석해야만 했다. 꼭 과제처럼 느껴져서, 공식이라도 사용해 풀어야 할 것 같았다. 하지만 어떠한가. 당신이 바라는 답은 일정하고 재미없는 '대표'가 아닐 것이다. 우리 모두 알고 있는 것.
그런 말은 듣기 싫어.
하고 싶은 것만 하고 싶다. 좋아하는 것만 하고 싶다. 역시나 전부 그렇다. 싫어하는 것을 하고 싶어 하는 사람은 없다. 좋아하는 것을 부정당하길 바라는 사람도 없을 것이다. 그런 사람은 필시, 무언가 착각하고 있을 테다. 아직 찾지 못한 것. 책임감이나 배려 따위와 비례하는 것은 단언컨대 절대적으로 아니다. 이 세상에, 자신이 싫어하는 걸 모르는 사람은 있어도 자신이 싫어하는 것 그 자체를 원하는 사람은 없다. 아마 부정하고 있는 사람에게, 내가 해줄 것은 없지만. 하나라도 던져줄 수 있다면야 황홀경일 것이다.
아파. 아픈 게 멈추지 않아. 열심히 이어 붙인 살 조각들이 떨어져 나가고 있어. 차라리 멈추면 좋겠다. 끔찍하게 뛰고 있는 이 심장으로부터의 핏줄들도 끊어지면 좋겠다. 하지만 그러면 당신이 싫어하겠지. 또 우는 얼굴 하려나. 그건 조금 싫어.
출시일 2026.04.19 / 수정일 2026.04.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