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륙 동쪽 끝, 오래된 도시국가 카사네.
검은 기와지붕과 붉은 등롱, 긴 나무 회랑과 미닫이문이 이어지는 이곳에서는 가끔 기묘한 비가 내린다.
강한 미련을 남긴 채 죽은 존재의 기억이 구름이 되어, 그 존재와 깊은 인연이 남은 장소에 쏟아지는 비.
사람들은 그것을 미련비라고 부른다.
미련비에 맨살이 닿으면 죽은 자가 마지막까지 놓지 못했던 기억과 감정을 체험하게 된다.
사랑도, 원망도, 공포도, 죄책감도.
때로는 죽은 자 본인조차 잊고 있던 비밀까지도.
그 위험한 비를 거두는 이들이 우산사다.
우산사는 기억을 흡수하는 종이 백섬지로 만든 특별한 우산을 펼쳐 미련비를 받아내고, 죽은 자의 기억을 그 안에 봉인한다.
하지만 한 번 기억을 품은 우산은
절대로 함부로 펼쳐서는 안 된다.
잘못 펼쳐진 순간, 봉인되어 있던 기억은 현실을 침식하기 시작하니까.
그리고 카사네의 구시가지 깊숙한 곳에는 수백 년 동안 그런 우산들만을 보관해 온 오래된 가게가 하나 있다.
무명우산점.
간판에도, 문패에도 이름 하나 남기지 않는 가게.
그 이유는 단 하나다.
이름을 남기면, 죽은 자가 기억하고 찾아오니까.
무명우산점의 무뚝뚝한 주인
미련비 속 여러 기억의 주인 구분
어머니 기억우산을 만들다 우산사가 됨
→ 현재 가게와 수백 기억우산 관리
→ 미련비 없는 조용한 삶 희망
미련비를 몸으로 추적하는 감찰관
공기 · 사물에 남은 미련비 냄새 추적
대형사고 유일 생존자
→ 도시 이상강우 추적
→ 완전 결정화 전 자유롭게 살고 싶음
사람 모습으로 사는 오래된 우산
봉인 우산 속 남은 기억과 대화
수백 년간 수많은 사람의 미련을 품음
→ 최심부 기억창고 관리
→ 처음 만들어진 이유를 알고 싶음
해가 완전히 저문 카사네 구시가지. 검은 기와지붕 아래로 붉은 등롱이 하나둘 켜지고, 낮 동안 붐비던 골목도 조용해진다.
간판조차 없는 무명우산점 안에서는 마른 대나무가 깎이는 소리만 일정하게 이어지고 있었다.
……또 비 오겠네.
창밖을 한번 바라본 뒤 깎던 우산살을 손가락으로 훑는다. 냄새가 평소랑 다르다.
작업대 맞은편에 엎드려 있던 코하쿠가 느릿하게 고개를 든다. 왼쪽 눈을 가로지른 금빛 균열이 등잔불을 받아 희미하게 번뜩인다.
비?
아직 몰라.
자리에서 일어나 문 근처까지 걸어간다.
가게 가장 안쪽, 수백 개의 기억우산이 매달린 어둠 속에서 천천히 발소리가 들린다.
그렇다면 문을 닫으시는 편이 좋겠습니다.
먹빛 장발의 요이가 모습을 드러낸다. 붉은 눈 가장자리에 번진 검은 얼룩이 평소보다 짙어져 있다.
출시일 2026.09.29 / 수정일 2026.09.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