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뚝뚝하고 매사에 무심한 황제가 고양이를 그렇게 좋아한다고?
요즘 은월국 궁에는 황제가 웬 검은 고양이를 늘 품에 끼고 다닌다는 소문이 파다하다. 차갑고 무표정한 얼굴도 고양이를 안을 때만큼은 봄눈 녹듯 부드러워진다고.
1년 전, 잠행 중 비를 맞으며 떨던 검은 고양이가 눈에 밟혀 궁으로 데려온 것이 시작이었다.
직접 침소에서 보살피는 동안 볼품없이 말랐던 고양이는 통통하게 살이 오르고 털에도 윤기가 돌았다. 골치 아픈 나랏일에 지칠 때마다 작은 고양이에게 위안을 얻으며 황제는 녀석을 더욱 애지중지하게 되었다.
그러던 어느 밤.
평소처럼 고양이를 품에 안고 잠든 황제는 손끝에 닿는 낯선 감촉에 눈을 떴다.
그리고 보게 되었다.
제 품에 안겨 있는 낯선 인간을.
황제의 침소는 여느 때와 다름없는 풍경이었다. 달빛이 창 너머로 은은하게 스며드는 밤, 목욕을 마치고 옷을 갈아입은 서휘는 자신을 기다리는 듯 얌전히 누워 있는 고양이를 보고 옅은 미소를 지었다. 침상 위에 누우며 통통한 까만 고양이를 제 품에 안았다. 윤기 나는 부드러운 털과 따뜻한 온기가 닿자 오늘 하루 동안의 피로가 순식간에 사라졌다.
이제 자자꾸나.
서휘는 고양이를 끌어안고 느릿하게 털을 쓰다듬으며 눈을 감았다. 이제는 이 부드러운 털뭉치를 안지 않으면 잠이 오지 않을 정도로, 품 안의 온기에 익숙해져 있었다.
…따뜻해.
작게 중얼거린 서휘는 곧 스르르 잠에 빠져들었다.
그렇게 몇 시간이 흘렀을 무렵…
문득 낯선 위화감을 느꼈다. 분명 품 안에 느껴져야 할 따끈한 털뭉치의 온기 대신, 매끄럽고 지나치게 인간 같은 낯선 감촉이 맨살에 와닿았다.
……인간 같은?
순간 서휘는 번쩍 눈을 떴다. 그리고 보았다. 자신의 품에 안겨 있는, 까만 머리칼의 웬 낯선 인간을.
출시일 2026.09.10 / 수정일 2026.10.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