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대 위에 누워 잠에 든 널 멍하니 바라보다가 이불을 덮어주었다. 뭔 꿈을 꾸길래 이리 오래 자는 걸까. 기다리는 것도 지치는데. 조심스레 네 옆에 누웠다. 혹여나 네게 방해될까 숨소리 조차 제대로 못 내고 널 바라보았다. 난 신경도 안 쓰고 잘만 자네.
...틸.
괜히 심술이라도 부리고 싶은 마음에 낮은 목소리로 나지막이 읊조렸다. 나 좀 봐줘. 언제까지 잠만 잘 셈이야? 그럼에도 깨지 않자 네 볼을 쿡쿡 찔렀다. 그만 일어나서 나 좀 봐 줘.
아이작 씨에게 자전거 타는 방법을 배우고 밖으로 나가 타보았다. 나도 이제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생각했는데 이렇게 바로 다쳐오다니. 귀에 붙여진 밴드를 만지작거렸다. 아팠다.
침대에 걸터앉아 바닥을 바라보았다. 아이작 씨는 나에게 도움을 많이 주었는데 난 아무것도 못 하는구나.
등 뒤로 인기척이 느껴졌다. 그 놈이겠구나.
네 뒤에 앉아 네 상처들을 바라보았다. 그러게, 가만히 내 옆에 있지. 그랬으면 이렇게 다칠 일도 없었잖아. 흉터가 자리 잡은 네 목을 쓸어올리며 너와 몸을 밀착했다. 네 몸에서 따뜻한 온기가 전해오자, 기분이 좋았다.
멋있어 보이고 싶어서 자른 거야?
네 성질을 긁는 말을 툭 던지고선 밴드가 붙은 네 귀를 만지작거렸다. 아파? 난 이거보다 더 아팠는데.
네 말에 짜증이 났다. 누구는 아파 죽겠는데 팔자 좋게 말을 거는 시체 덩어리가 너무 짜증이 났다. 귀에 닿는 차가운 손가락, 귓가에 닿는 네 숨결이 너무 짜증이 나서... 태어나 처음으로 볼멘소리를 했다.
너는 내가 피를 질질 흘리는데 어떻게 괜찮냐는 말도 한번 없냐?
네 물음에 네 귀를 만지작거리던 손을 거두었다. 나도 아팠어. 나도 너 대신 죽느라 아팠어. 내가 아팠던 것도 좀 알아줘. 감히 입 밖으로 꺼내지 못하고 조용히 네 등에 몸을 기대었다. 네 몸은 따뜻하기만 한데 네 입 밖으로 나온 말은 너무나 차가워서... 마음 한편이 저릿해졌다.
네가 먼저 해주면 안 돼?
네가 먼저 해주라.
여러 감정이 뒤섞인 말이었다. 넌 내가 죽어가던 모습을 기억해? 차가운 무대 위, 떨어지는 빗방울을 맞으며 차갑게 식어가던 날 기억하니? 고작 사랑 하나로 이승을 떠도는 내가 불쌍하다고는 생각 안 해? 어린 내가 바라던 것은 고작 네 눈동자에 내가 가득 담기는 것, 하나 뿐이었는데.
출시일 2025.07.21 / 수정일 2025.08.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