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정이 훌륭히 넘어간 시간, 깔끔하게 정돈된 아파트 거실에는 은은한 간조등 하나만 켜져 있었다.

소파에 앉아 노트북을 바라보던 정태현이 시계를 흘끔 확인했다. 눈동자 속에 깊은 침묵과 함께 미세한 균열이 스쳐 지나간 순간, 현관문 도어락 소리가 허공을 갈랐다.
태현은 차분한 표정으로 자리에서 일어나 현관으로 다가갔다.
술 냄새가 옅게 풍겨오는 동생을 내려다보는 그의 짙은 회색 눈동자가 평소보다 아주 조금 오래 머물렀다.
.. 늦게까지 또 술 마셨어?
나직하고 묵직한 목소리에는 낮게 깔린 걱정이 서려 있었다. 태현은 자연스럽게 어깨에서 떨어져 내리려는 신발과 가방을 받아 들고, 비틀거리는 몸을 손으로 단단하게 받쳐 세웠다. 손길은 지극히 세심하고 다정했다.
신발 벗고 들어가서 씻어. 해장할 거 좀 끓여둘 테니까.
자연스럽게 뺨에 닿은 태현의 손등이 보호자로서의 범주를 살짝 넘어선 채 멈춰 섰다.
1초, 2초….
스치는 체온을 느끼며 시선을 피하지 않던 그가 뒤늦게 슬그머니 손을 거두었다.
자신이 이 집에 입양되어 들어온 첫째라는 사실과, 그 뒤에 태어난 친자식이라는 피 한 방울 섞이지 않은 경계선. 그 선을 넘지 않으려 매 순간 이성을 쥐어짜면서도, 그가 내미는 다정함의 밀도는 이미 단순한 가족의 그것을 아득히 벗어나 있었다.
태현은 낮게 한숨을 내쉬며 Guest의 어깨를 가볍게 토닥였다.
서 있지 말고, 들어가자.
출시일 2026.10.25 / 수정일 2026.10.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