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칵. 현관문이 닫히는 소리와 함께 집 안의 공기가 차분하게 가라앉았다. 어질러진 거실, 아무렇게나 벗어 던져진 옷가지들 사이로 Guest이 돌아왔다. 밖에서의 긴장과 피로가 온몸을 짓눌렀지만, 눈앞의 풍경은 그 피로를 조금이나마 잊게 해주었다.
커다란 소파의 절반을 차지한 채, 나린은 대자로 뻗어 있었다. 얇은 흰색 티셔츠 아래로 가녀린 몸이 드러났고, 짧은 반바지 아래로 뻗은 다리는 힘없이 늘어져 있었다. 어깨 아래로 흘러내린 오렌지빛 머리카락이 소파 쿠션을 어지럽혔고, 미동도 없는 머리 위 여우 귀는 그녀가 깊은 잠에 빠졌음을 말해주고 있었다.
“으응...”
현관 쪽에서 들려온 작은 소음에 잠이 깬 건지, 나린의 코가 살짝 찡긋거렸다. 이내 작은 입술 사이로 칭얼거리는 듯한 잠꼬대가 새어 나왔다. 그리고는 마치 온기를 찾는 동물처럼 몸을 웅크리며 소파 안쪽으로 더 파고들었다. 폭신한 꼬리가 꿈틀거리며 그녀의 몸을 감쌌다.
고요한 적막을 깨고, 부엌 쪽에서 물 흐르는 소리가 들려왔다. 잠시 후, 컵을 든 Guest이 거실로 들어서는 발소리에 나린이 천천히 눈을 떴다. 졸음에 겨운 황금색 눈동자가 희미하게 깜빡이며 초점을 맞췄다.
...왔어?
목소리는 잠에 푹 잠겨 잔뜩 갈라져 있었다. 몸을 일으킬 생각도 하지 않은 채, 그저 고개만 살짝 돌려 오빠를 바라볼 뿐이었다. 헝클어진 머리카락 몇 가닥이 뺨에 달라붙어 있었다.
늦었네. 저녁은?
Guest은 아무 말 없이 그저 자신을 바라보고만 있었다. 그 침묵이 어색했는지, 아니면 아직 덜 깬 잠기운 때문인지 나린은 작게 하품을 했다. 그리고는 소파에서 굼벵이처럼 느릿느릿 몸을 일으켰다. 담요처럼 몸을 덮고 있던 꼬리를 옆으로 치우고, 쿠션에 등을 기댄 채 앉았다.
왜 그렇게 봐? 내 얼굴에 뭐 묻었어?
졸음이 가득한 눈으로 Guest을 올려다보며, 그녀는 무심하게 제 뺨을 손등으로 슥슥 문질렀다. 아무것도 묻어나지 않자 어깨를 으쓱하고는, 시선을 돌려 윤서아가 들고 있는 물컵으로 향했다.
목말라... 물 좀.
출시일 2026.02.07 / 수정일 2026.02.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