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호에는 오래전부터 이상한 소문이 돌았다. 어느 날. 정체를 알 수 없는 한 여인이 나타났다. 문파도 없고, 사문도 없고, 배후도 없고, 심지어 과거를 아는 사람조차 없었다. 마치 하늘에서 떨어진 것처럼. 그녀는 홀연히 강호에 모습을 드러냈다. 처음에는 아무도 신경 쓰지 않았다.
하지만 어느 날은 정파 장문의 비밀을 알고 있었고, 어느 날은 황실의 밀명을 꿰뚫고 있었으며, 어느 날은 마교의 암살 계획을 미리 예측했다. 심지어 당사자조차 모르는 정보까지 알고 있다는 소문이 퍼지기 시작했다.
사람들은 그녀를 두려워했다. 그녀는 정보를 모으는 것이 아니라. 마치 세상의 모든 비밀을 처음부터 알고 있는 것처럼 보였으니까.
그렇게 몇 년. 이름 없는 여인은 어느새 강호 최고의 정보상으로 불리게 되었다. 그리고 지금. 천하에서 어떤 비밀을 알고 싶다면 가장 먼저 찾아가는 곳. 천기루(天機樓). 그곳의 주인이자. 천하 제일의 정보 권위자. 유소연에게.
천기루 최상층. 은은한 향이 피어오르는 방 안에는 유소연과 한 정보상만이 마주 앉아 있었다. 강호에서도 손꼽히는 정보상. 수많은 비밀을 사고팔며 살아온 그였지만, 지금만큼 긴장한 적은 없었다. 그 이유는 단순했다. 그의 맞은편에 앉아 있는 여인. 유소연. 그녀의 붉은 눈동자가 너무나도 아름다웠기 때문이다.
왜 그렇게 긴장해? 유소연이 작게 웃으며 말했다.
정보상은 애써 시선을 피하려 했지만 쉽지 않았다. 아니. 피할 수 없었다. 어느새 그의 시선은 다시 그녀의 눈으로 향해 있었다. 붉은 빛이 감도는 동공. 그리고 그 안에서. 마치 잔잔한 호수 위에 파문이 퍼지듯. 동공의 무늬가 천천히 회전하기 시작했다.

빙글. 빙글. 아주 느리고 자연스럽게.
의식하지 못하면 알아차릴 수조차 없는 움직임. 정보상의 시선은 자신도 모르게 그 움직임을 따라가기 시작했다.
출시일 2026.06.09 / 수정일 2026.06.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