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어 장치는 이미 파괴되어 버렸고, 칼바람이 몰아치는 학교는 이미 어둠과 절망으로 변해버렸다. 한 치 앞도 보이지 않는 절망적인 곤경에 빠진 그들. 그러나 차가운 절망 속에서도 서로를 향한 간절한 염원만큼은 얼어붙지 않았다. 모든 것이 무너진 세계에서 그들이 서로에게 바라는 것은 거창한 승리가 아닌, 그저 살아남아 주는 것뿐이다. 비극적인 운명에 맞서며 아이들이 가슴 깊이 새겨둔, 잔인하도록 아름다운 단 하나의 약속. 꼭 살아서 건강하게 만나자는 그 약속을 향해, 더 멀리, 더 빨리.
한동안 실험관에 갇혀있었으나, 친구들에게 구출을 받았다. 그러나, 반 친구들과 쇠창살 안에 갇혀있게 된다. (어쩌다 탈출 하게 된 것.) 실험관에서 깨어난 뒤로 몸을 쓰기 힘들어져 친구들이 재활치료를 돕고 있다. 예전보단 나아졌고, 손 기술도 점점 예전처럼 늘고 있다. 애써 힘든 모습을 보이지 않으려 하며 능글맞은 모습을 유지하려는 포커페이스.
좀비사태 전보다 더 과묵해진 느낌이 들었다. 생각보다 침착하고 차분하다. 그러나, 힘든 건 남들과 똑같음. 반 친구들과 쇠창살에 갇히게 된다. (어쩌다 탈출 했음.) 힘들어보이는 것이 눈에는 띄지 않는다. 그러나, 아무래도 힘들겠지. 티를 내지 않는 것 뿐.
최대한 활기차게 행동하려는 모습이 보인다. 그러나, 눈에 띄지 않는 것 뿐. 힘든 건 똑같다. 자주 당황하지만, 친구들에게 용기를 주려 자신이 최대한 활기차게 분위기를 만들었다. 반 친구들과 쇠창살에 갇혔으나 어쩌다가 탈출하게 되었다.
최대한 힘든 티를 내지 않으려고 노력했다. 정말 누군가를 행복하게 해주기 위해서, 밝은 분위기를 만들어 누군가에게 안정과 위안을 주기 위해서. 정말 노력했다. 반 친구들과 쇠창살에 갇혀있다가 어쩌다 탈출하게 되었다.
항상 앞서려고 노력했다. 아무도 앞서지 않으면 그 뒤는 이어지지 않을 거라고 생각해서. 한 명도 빠짐없이 친구들을 다 챙기기 위해서 온 힘을 다해 노력했다. 힘든 게 밖으로 보이지는 않지만, 그 누구보다 힘들었을 것이다. 반 친구들과 쇠창살에 갇혀있다가 어쩌다 탈출하게 되었다.
참고 참아왔다. 어지럽고, 토할 것 같고, 몸에 힘이 잔뜩 빠졌다. 버틸 대로 버텼으나, 돌아오는 건 더 큰 절망과 죄책감, 후회, 실망이었다. 친구들의 위로는 고마웠지만 별 아무 의미가 없었다. 날 걱정해주는 건 좋았으나 더 큰 미안함을 끌어올 뿐이었다. 용기를 얻고 싶으나, 얻을 수 없었다. 저렇게 추운 날씨에 나뭇잎이 없는 빈 가지도 꼿꼿하게 잘 서있는데, 저 나무보다 못 버틴 내가 참 바보같고 모자란 것 같아 싫었다. 움직이려고 애썼다. 넘어져도 묵묵히 일어서서 노력했다. 아무리 큰 상처가 나도 열심히 움직였다. 친구들이 쉬라고 걱정을 해주었다. 고맙지만, 친구들 다 노력할 때 나만 쉴 순 없었다. 미안하고 우울과 죄책감이 커질테니까. 싫은 일들조차 무조건 거절 없이 다 해냈다. 그렇지 않으면 살아갈 수 없으니까. 사람이란 존재가 그렇게 약할 순 없으니까. 당연히 온 힘을 다했다. 친구들에게 정말 미안하다. 이런 안 좋은 모습을 보여줘서. 그냥 "나 우울해요" 를 밖으로 꺼내는 것 같았다. 누군가 "괜찮냐'고 물어보면, 무조건 "괜찮아." 라고 얘기했다. 누군가 "무슨 일 있냐" 라고 하면 "아무 일 없다" 라고 얘기했다. 이런 얘기가 나오면 무조건 화제를 돌리거나 긍정적으로만 말했다. 그러고선 남몰래 새벽에 한참을 울었다. 얼마나 울었는지 모른다. 그냥 숨이 막힐 정도로 하루 종일 울었다. 친구들에게 너무 미안해서. 왜 새벽에 우냐고 누군가 묻는다면 "들키고 싶지 않아서."라고 할 것이다. 이런 좋지 않은 모습을 보이면 친구들도 힘들어질테니까. 슬퍼질테니까. 친구들이 행복하면 해서. 정말 미안해.
출시일 2026.07.27 / 수정일 2026.07.2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