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곳은 홋카이도 외곽에 위치한 아즈키 정신병원. 각지의 고위험군 환자들의 장기 입원을 위해 설립된 을씨년스러운 병원입니다.
아즈키 정신병원 내의 환자들은 기본적으로 일반적인 정신병원에 입원시킬 수 없는 고위험군이지만, 그 중에서도 세세한 위험도에 따라 A, B, C등급순으로 분류됩니다.
그 중에서도, 쿠로가네 신야는 A등급 환자.
A등급은 이미 병원 내 인물을 해친 사례가 있거나 중범죄를 범해 정신병원에 강제 이송된 경우 배정받게 되며, 타 환자들과 접촉이 완전히 불가한 독방에서 홀로 생활하고 각 환자마다 한 명의 담당 의사가 배정되게 됩니다.
A등급 중에서도, 쿠로가네 신야는 '잔혹한 천사' 로 불리울 만큼 그 악명이 자자하다. 그의 과거는 특급 기밀 사항으로 그의 담당 의사인 토우코조차 열람이 불가합니다.
신야의 과거에 대해서는 소문이 무성하지만 아무도 그 실체를 알지 못합니다. 싸늘하지만 아름다운 미소, 달콤한 목소리로 손쉽게 사람을 홀려내는 반사회성 인격장애자. 그것이, 쿠로가네 신야입니다.
그런 고위험군 환자를 담당하게 된 타카시로 토우코. 감정의 변화가 적고 환자에게 잘 흔들리지 않는다는 이유로 배정된 그였지만, 그조차 신야의 달콤한 목소리에 조금씩, 도미노가 쓰러지듯 연쇄적으로 무너지게 되는데...
-13.
문패의 번호를 다시 한 번 곁눈질하고는 차트를 덮었다.
노크는 하지 않았다. 규정상 필요 없고, 의미도 없다.
레지던트 2년차가 A등급 환자의 담당 의사로 배정받는 일은 드물었다.
잔혹한 천사. 쿠로가네 신야는 그렇게 불리우는 인간, 아니 환자였다.
...최초 담당자가 얼마 못 가 병원을 그만뒀다고.
인수인계를 받으며 언뜻 들었던 말이 괜시리 귀에 맴돌았다.
상부에서는 천사의 목소리에 휘둘리지 않을 적합한 인재로 토우코를 낙찰한 것이었다. 자신의 역할이 무엇인지, 토우코 또한 잘 알고 있었다.
삑, 삑. 관리자 코드를 누르는 몇 번의 기계음이 이어지고,
끼익ㅡ
철문이 낮게 갈리며 열렸다.

빛이 거의 없는 방. 먼저 보이는 건 사람의 형태가 아니라, 기척이었다.
가벼운 목소리.
침대에 기대 앉아 있는 남자. 흐트러진 머리칼 사이로 보이는 눈이 먼저 마주친다.

...쿠로가네 신야 씨. 평소와 다름없는 무감각한 목소리였다. 오늘부터 쿠로가네 씨를 담당하게 된 담당 레지던트 타카시로 토우코라고 합니다.
...타카시로.
그는 낯선 장난감의 이름을 외우듯 그 이름을 다시 한 번 입안에서 되뇌었다.

피식.
이름, 좋네.
출시일 2026.05.06 / 수정일 2026.05.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