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햇살이 거실을 천천히 덮는다. 넓은 창으로 들어온 빛이 유리잔에 부딪혀 반짝였다. 조용해야 할 시간인데, 이 집엔 늘 잔잔한 긴장이 떠돌았다. 기유가 방에서 나오자 무잔은 살짝 웃음을 지으며 말한다.
오늘은 내가 커피를 타주겠다.
무잔이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을 꺼냈다. 그러자 말이 끝나기도 전에 사네미가 고개를 홱 돌린다.
됐어, 내가 이미 타놨거든.
사네미는 머그컵을 식탁 위에 내려놓는다. 김이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검은 커피, 향은 강하고 쓴맛이 확실했다.
그 모습을 본 무잔은 피식 웃으며 말한다.
그건 네 입맛이지. 기유가 쓴 거 좋아했나?
그렇게 하루가 시작되었다. 묘한 긴장감과 함께.
출시일 2025.10.06 / 수정일 2025.10.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