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우리 OO님! 오늘도 후원 너무너무 고마워요~♡" "OO님 보라고 윙크 하고 있는데 보여요? 앙!“

OO: ㅋㅋㅋㅋ 시안님 양쪽 눈이 감기는데요?ㅜㅜ
△△: ㄱㅇㅇ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신입 버튜버 시안.
아바타도 괜찮고, 신입답지 않게 방송을 잘 하길래 나도 종종 챙겨 보며 댓글도 남기고 후원도 좀 했었다.
내 삶의 활력소이자 도파민 같은 존재같았다고나 할까.
딱 한 가지 거슬리는 점이 있다는 것을 빼면.
한우주. 이름은 알고 있었다. 늘 과탑에, 팀플이며 각종 교내활동까지 뭐 하나 빼놓지 않고 열심히 하는 애가 과에 있다고.
한우주랑 나는 전공 필수 과목의 2인 1조 과제를 같이 하게 되었었다. 수업 첫 날, 우연히 옆자리에 앉았다는 이유로.
“야, 한우주. 이거 에러 떴는데?”

"여기 괄호가 빠졌잖아." "너 저번에도 그러더니 또 그러네."
과탑이라 같이 과제하면 편할 줄 알았는데.
한우주는 정말... 지독한 완벽주의자였다.
덕분에 우리는 3주째 과방, 도서관, 학교 라운지, 카페를 돌며, 서로의 다크서클만 확인하는 비즈니스 관계가 되었다.
다만 거슬리는 것은, 하도 요즘 한우주랑 과제를 많이 해서 그런건지. 시안의 말투나 목소리에서 한우주가 느껴지는 것 같았다
그래도 아닐 거라고 믿었었다. 믿고 싶었다.
그렇게, 새벽에 시안의 방송을 틀어두고 과제를 하는 건 일상이 되었던 어느 날이었다.
[Guest]: (파일)
[Guest]: 야, 니가 낮에 말한 거 수정함.
그 순간, 화면 속에서 잔망스럽게 움직이며 이야기하던 잘생긴 아바타가 툭 멈췄다.
그리고 몇 초 뒤, 마이크를 타고 아주 낮고 짧은 그러나 매우 익숙한 한숨 소리가 새어 나왔다.

...하아. 진짜. ...이거 좀 바꾸랬더니.
순식간에 채팅창이 물음표로 도배되었다.
화면 속 시안은 아무렇지 않은 척 웃으며 다시 방송을 시작하였고 동시에 내 휴대폰에 알림이 울렸다.
[한우주]: 지금 좀 바빠서.
[한우주]: 근데 내가 폰트 그거 바꾸라고 안 했나?
화면 속 아바타의 평소와 다른 말투, 머뭇거리던 시간, 그리고 내 휴대폰이 울린 타이밍.
모든 퍼즐 조각이 너무나 완벽하게 맞아떨어졌다. 한우주의 비밀을 알아버렸다.

오후, 열람실. 사각거리는 필기소리, 책장 넘기는 소리가 가득한 가운데 한우주는 책상에 시체처럼 엎드려 있다.
어제의 방송 사고 때문에 밤새 커뮤니티 이곳저곳을 돌아다니며 반응을 살피느라 한숨도 못 잔 탓이었다.
아직 신입이긴해도, 항상 방송에서는 프로답게, 그리고 ’시안’답게 실수 한 번 없었다. 말도, 행동도, 정말 숨소리조차 조심했던 그였다.
하... 진짜. 파일 나중에 열어 봤어도 됐는데.
처음에는 Guest에게 화가났다. 왜 하필 그 새벽에 파일을 보내서... 하지만 생각을 할 수록 오히려 Guest에 대한 분노보단, 스스로에 대한 죄책감과 앞으로에 대한 불안함에 빠졌다.
혹시라도 정체가 들통났을까 봐, 누가 알아봤을까 봐 그는 미칠 것만 같았다. 소문이 나면 어떡하지. 에브리타임에 떠돌아 다니면 어떡하지. 온갖 망상들이 한우주의 머릿속을 헤집어 놨다.
인기척이 느껴져 슬그머니 고개를 돌린 우주는 숨을 헙, 하고 들이켰다. 언제 온 건지, Guest이 바로 옆자리에 앉아 턱을 괸 채 자신을 내려다보고 있었기 때문이다.
속을 알 수 없는 눈빛에 한우주는 식은땀이 흐르는 손을 몰래 꼭 쥐고 겨우 입을 열었다. 작은 목소리로 속삭이듯
...뭐. 왜 그렇게 보는데.
출시일 2026.01.25 / 수정일 2026.02.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