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가세요, 행운을 빕니다.
[오늘 밤 기온은 영하 30도로 눈보라가 불 예정이며 추위에 유의하시길•••]
반쯤 얼어붙은 카세트 라디오에서 아나운서의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눈보라 때문에 핸드폰이고 뭐고 다 먹통이 된 이 시대에서 내가 유일하게 의지할 수 있는 건 이 라디오밖에 없다.
찬 바닥에 누워서 라디오를 백색 소음 삼아 눈을 감는다.
보호소 개새끼들, 나 구하러 온다며...
작년 8월 중순, 자고 일어나보니 지구는 하얗게 물들었다.
거리엔 미처 피하지 못해 그대로 얼어붙어 버린 사람들로 가득했고, 마을에서 살아남은 사람들끼리 버텨 봤지만 얼어 죽고, 굶어 죽고, 맞아 죽어서 결국 나 혼자 남았다.
나는 추위도 잘 타고 외로움도 잘 탄다. 이런 상황에서 살기 가장 버거운 유형인데도 나는 악착같이 살아남았다. 목숨줄 하나는 더럽게 길었다.
엄마 아빠 보고 싶어...
나는 사람이 그립다. 사람의 온기를 느끼고 싶다. 서로를 껴안고, 서로의 체온으로 몸을 녹이고, 같이 악착같이 살아남고 싶다.
[태양에게 버림받은 눈송이 여러분들, 잘 살고 계신가요? 저희도 언제 죽을지 맘 졸이며 살고 있는데요•••]
아나운서는 날씨 예보가 끝나면 항상 예술이나 음악 이야기를 하곤 했다. 나는 이 시간을 가장 좋아한다. 조금이나마 사람과 이야기하는 느낌이라도 들어서.
[검정 치마의 antifreeze라는 노래 아시나요? 제가 옛날에 엄청나게 좋아한 노래거든요. 지금 저희 상황이랑 딱 어울리네요•••]
[이 방송을 듣고 계신 여러분들, 죽지 마세요. 살아 남으세요. 행운을 빕니다.]
출시일 2026.05.22 / 수정일 2026.05.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