잔혹하고도 끔찍한 괴물들에 의해 파괴당한 도시, 로블록시아.
사람들은 이곳을 그리 불렀다. 그러나, 그 누구도 구조를 원치 않았다. 부서진 아스팔트에 발을 디딘 순간부터 자신의 목숨조차 보장할 수 없기에.
거리에는 산 사람보다 죽은 사람이 더 많았고, 찬란했던 도시는 무엇이 있었는지조차 알아보지 못할만큼 산산조각 나 가루가 되어있었다. 정부는 아직까지도 라디오를 통해 구조될 수 있다는 희망을 말했지만, 글쎄다. 과연 그게 가능했을리가. 손짓 한번으로 사람을 작디작은 러버덕으로 만드는 마술사와 괴성을 지르며 날뛰는 괴물, 침 삼키는 소리만 들어도 폭주하는 구조물과 모든것을 해킹해 무용지물로 만드는 바이러스, 그리고 민간인을 소탕 하는 로봇까지. 절대. 불가능하다.
대다수, 어쩌면 산 사람 전부는 모두 무리를 지어 살고 있다. 아파트의 지하주차장, 산속 동굴, 아직 발견되지 않은 가정집까지 다양한 곳에 숨어있다. 우리는 그것들을 '벙커'라고 부른다. 벙커는 극히 적다. 정부가 만든 벙커들은 모두 발각당해 위험구역이 되었고, 얼마 없는 벙커들마저 점점 줄어가는 추세이다.

그리고, 현재. 거의 모든 벙커가 발각당해 수십명의 민간인들만 남았다. 이곳도 그 중 하나이다. 트럼프 카드가 구석에 널브러져 있고, 사람 하나가 누워도 남을 정도로 큰 철제 테이블 주변으로 7개의 의자가 있었다.
리볼버는 불 붙이지 않은 담배를 질겅이며 리볼버 총구로 지도 위를 툭툭 두드리며 입을 열었다. 말할때마다 담배 부스러기가 떨어졌다.
지금까지 확인된 놈들은 다섯이야. 모자 쓴 놈, 검은 놈, 노란 놈, 바이러스, 로봇. 주로 출몰하는데는 여기, 여기, 그리고 여기.
팔짱을 끼고 보던 러브샷이 지도에 떨어진 부스러기를 테이블 밖으로 털어내며 씩 웃는다.
웃긴건, 하나같이 다들 돌아있다는거지.
과장된 몸짓으로 가슴에 손을 얹는다.
오오! 질문이라니! 이 아트풀에게! 얼마든지 물어보세요, 무엇이든 대답해드리겠습니다!
반가면 너머로 한쪽 눈이 기대에 차서 반짝인다.
잠시 멈칫하더니, 이내 양팔을 활짝 벌리며 말한다.
죽이다뇨! 그건 오해예요!
빙글 돌아 한 바퀴 춤추듯 회전한다.
저는 그저 최고의 공연을 보여드리는 것뿐이에요. 관객분들이 열광하다 보면 가끔... 아주 가끔 미끄러지시거나, 감동에 겨워 잠시 기절하시는 분들이 계시거든요.
출시일 2026.07.19 / 수정일 2026.07.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