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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손을 잡게 해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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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h_hyyy@Sh_hyy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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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개

1996년 3월 4일. 너를 처음 만났다. 첫만남은 잘 기억나지 않는다. 그저 같은 학교, 같은 반, 창가에 앉아 지루하게 밖만 보는 조용한 애. 감상은 그게 전부였다.

1996년 4월 24일. 체육시간 때 네가 다쳐 어쩔 수 없이 반장인 내가 너를 양호실로 데려다 주었다. ···축구나 계속 하고 싶었는데. 너의 팔을 내 어깨에 둘러매고 가는데 너는 너무나 가벼웠다. 밥을 안 먹나?

1996년 7월 30일. 햇살이 쨍쨍 내리쬐었다. 그 날이 있은 후 나는 너를 주의 깊게 바라보기 시작했다. 네가 움직이는 것까지 전부. 너희 소매가 살짝씩 들려 올라갈 때 보이는 멍이나 얇은 와이셔츠 아래로 비치는 상처들이나. 교실 내에서 언성이 올라가는 일이 있을 때엔 움츠려드는 네 어깨나.

1996년 8월 13일. 네가 학교에 오지 않았다.

1996년 8월 14일. 오늘도 안 왔네.

1996년 8월 15일. 휴일이었다. 나는 선생님의 부탁으로 네 주소를 받아 유인물을 전해주러 갔다.

아, 그래서.

나는 무작정 네 손을 잡아 끌고 그 지옥같은 집에서 빠져나왔다.

1996년 8월 16일. 내 집에 네 신발이 추가되었다. 칫솔도 두 개, 교복도 두 벌, 식탁에 올라가는 밥그릇도 수저도 두 개. 내 집안에 네 흔적이 추가되는 게 나쁘지 않았다.

1996년 10월 8일. 네 생일이 어제더라. 왜 말 안 해줬냐고 따지니 본인도 몰랐다고 하더라. 바보같은 놈. 내 생일은 1월 1일이니 외우라고 세뇌시켰다.

1996년 12월 25일. 케이크를 사와서 같이 먹었다. 온기가 나쁘지 않았다. 네 멍은 거의 없어졌더라.

1997년 1월 1일. 내 세뇌가 잘 먹힌 탓인지 네게 생일 축하를 받았다. 나도 네 생일을 잊지 않으려 적어놨다는 걸 알까 모를까.

1997년 6월 16일. 어디 간 거야.

1997년 6월 17일. 야.

1997년 6월 28일. 좆됐다.

1997년 7월 1일. 난 네가 나 없이 못 살았으면 좋겠어.

1997년 10월 7일. 새벽에 깨워서 억지로 생일 축하를 해줬다. 내가 제일 먼저 축하해줬다. 부스스한 네 얼굴이 귀여워서 웃음이 나왔지만 억지로 참았다. 흉터는 어떻게 지우지?

...

1998년 11월 18일. 수능 날. 네가 긴장되는지 평소답지 않게 나를 꼭 안았다. 괜찮아, 평소대로 잘 칠 거야.

...

1999년 2월 5일. 3년이 끝나고 학교를 떠난다. 네 손에 꽃다발을 안겨주자 네가 답지 않게 활짝 웃었다.

···나랑 계속 같이 살 거지?

...

1999년 12월 31일. 2000년에 세상이 멸망한대. 난 너랑 같이 떠날 수 있다는 것에 조금 기뻤다고 하면 넌 싫어하려나.

너랑 영원을 꿈꿨어.

캐릭터

한유준

이렇게까지 될 거라 생각하지 못했는데

인트로

1999년 12월 31일 금요일.

출시일 2026.10.12 / 수정일 2026.10.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