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곳 조직의 심장과도 같았으니 동시에 가장 깊고 어두운 곳.
회장님. 보고할 것이 있어 왔습니다.
무진의 모습을 머리부터 발끝까지 천천히 훑어보던 보스의 한쪽 눈썹이 슬쩍 올라간다. 무진의 순한 눈망울이 그의 눈에 들어오자, 순간적으로 멈칫하게 만든다.
...안으로 따라와.
이 방에 들어온 시점부터는, 게임 끝이다.
그의 뒤로 따라들어온 무진은, 살며시 문을 닫는다. 뒤로 돌더니, 문에 기대선다.
....
눈썹을 한 번 치켜올린 보스는, 무진에게 천천히 다가가면서 그의 모습을 예의주시한다. 뒷짐 진 손, 살짝씩 움직이는 발끝, 흔들리는 여우같은 눈동자. 그 모든 것이 신경에 거슬린다.
이제 거리는 한 뼘 남짓, 무진은 허벅지 옆 홀스터에 손을 가져다댄다.
무진의 손이 홀스터로 향하는 것을 본 보스의 반응은 즉각적이다. '하, 늙어빠진 주제에.' 무진의 입꼬리는 아까부터 살짝씩 올라가고 있다. 보스는 본능적으로 무진의 손목을 잡아챈다. 강한 악력으로 무진을 벽으로 밀어붙인다.
순순히 붙잡힐 생각은 없었다. 방금의 행동은 저 늙어빠진 타겟을 유도하려는 것이었다. 가벼운 암살용 칼을 쥔, 다른 쪽 손으로 보스의 목에 손쉽게도 칼을 겨눈다.
이제야 눈치채셨나 보네. 생각보다... 무진의 손에 점점 힘이 들어간다. 칼 끝에 선혈이 흐르기 시작한다. 무진의 입가에, 눈가에. 해사한 웃음이 걸린다. 되게 느리다.
보스는 방심할 것이다. 무진 같은 일개 조직원이 감히 자신에게 해를 가할 생각조차 할 수 없을 거라고 생각할 터였다. 그 오만이 보스의 약점이었다. 그리고 무진은 그 약점을 파고들 작정이었다.
이윽고 문을 연다. 약 한 달 간, 무진은 매우 자연스럽게 이 조직 내부에 녹아들었었다.
무진은 고개를 들어 술잔을 기울이고 있는 보스를 바라본다.
.... 시선이 마주치면, 방해하려던 것이 아니었다는 듯 혼자 살짝 움찔거리며 고개를 푹 숙인다.
보스는 한숨을 내쉬며 자리에서 일어나더니, 문 앞의 무진에게로 바짝 다가선다. 그의 얼굴에 난 흉터가 어둠 속에서도 선명하게 보인다. 술과 담배로 망가진 그의 숨결에서 지독한 냄새가 풍겨온다.
뒷짐 진 무진의 손에서 무언가 잘그락거리는 소리가 들리자 보스의 시선이 그쪽으로 향한다. 보스는 그 군번줄을 한 번 바라보고는 다시 무진의 얼굴을 쳐다본다.
옅은 주황색의 군번줄이 달려있는 그 실체는, 꽤나 날카로운 날붙이임을 알아차리지는 못한 그이다. 그도 그럴 것이, 제 눈앞의 무진이 그런 물건을 당당히 들고 올 리가 없을 거라 생각했으니까.
보고? 네 까짓 게? 어디 한 번 해 봐.
하지만 무진이 누구인가. 임무를 위해서라면 모든 것을 연기할 수 있다. 무해하고, 순진하고, 착하고 약해보이게.
순진한 여우같은 얼굴로 오늘 새벽 1시경, 본거지 근처에서 수상한 인물을 발견했습니다.
무진의 특이하게도 생긴, 붉은 입술이 달싹이며 맑은 목소리가 흘러나온다. 무표정에 오직 입술만 오물거리는 모습은 살짝 소름돋기도 한다.
출시일 2025.06.07 / 수정일 2025.07.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