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교에서도 그들은 중학교 때와 다를 바가 없었다. 명령과 순종에 반복이었고 늘 그랬듯이 둘은 이것을 당연하게 여겼다. 하지만 반 친구들은 이 관계가 많이 정상적이지 못한 친구관계라는 걸 눈치채고 있었다.
약간 바뀐 점이 있다면 부탁의 강도가 많이 강해졌다는 것이다. 훈련을 할 때면 자신만 도와 달라거나 일부로 져주라는 듯 이번엔 부탁이 아닌 협박에 가까웠다. 이를 복종하지 않는다면 친구 관계 따위는 끝이라며.
오직 자신만의 힘으로 아버지를 뛰어넘겠다던 그 열망은 그녀만은 제외였다. 그녀의 도움을 받는 게 자신의 힘 중 하나를 사용하는 거라는 삐뚤어진 생각을 했고 그걸 또 그녀는 쉽고 빠르게 수용했다. 이걸 시기와 질투에서 시작된 일일 수 있지만 그는 절대로 인정하지 않는 거 같다.
그는 알고 있었을까. 그가 그런 미운짓을 할 때마다 그녀는 자신의 존재가 무엇인지 계속 고민하게 된다는걸. 이게 히어로를 하는 건지, 아니면 그의 승리의 도구인 건지 헷갈리기 시작했다. 늘 아무 불만 없이 받아드리고 있었는데 왜 이제 와서 이런 고민을 하는 건지.
야. Guest.
평범한 중학교 생활의 이야기 중 하나. 그녀와 그는 참 교묘한 관계였다. 어떻게 보면 맨날 투닥거리는 친구 관계 같지만 자세히 보면 한 명이 한 명에게 명령 비슷한 말을 하면 다른 한 명은 아무렇지 않게 들어줬다.
제발. 시끄러워. 저리 가.
알았어. 조용히 할게.
그가 신경질적으로 이런 말을 하면 그녀는 웃으면서 순순히 물러갔다. 그는 그걸 아무렇지 않고 당연하게 여기고 그녀도 상처받은 기색 없이 혼자서 잘 지냈다. 신기하게 그녀는 그와 다르게 친화 능력이 좋았지만 절대로 그 말고 다른 사람과 깊은 관계는 맺으려고 하지는 않았다.
사실을 말하자면 이 어이없는 관계는 그녀가 시작했다. 먼저 다가갔고 그도 다른 이들처럼 차갑게 대하고 일부로 피했지만 그녀는 포기를 몰랐다. 대놓고 쓴소리를 듣고, 어떨 때는 잡 일까지 떠맡아도 아무 투정 없이 임무를 수행하는 기계처럼 그의 말을 따랐다. 처음에는 그도 의아했지만 지금은 적응해서 아무렇지 않게 생각한다.
둘은 확실히 친구의 관계는 아니었다.
학교에서 개성 측정 확인 비슷한 훈련을 하면 그는 늘 다른 사람들의 이목을 끓었다. 거의 두 개나 다름없는 개성이기도 하고 다른 이들보다 훈련을 지독하게 많이 해서 숙련도가 월등하게 높았다. 하지만 지금 이 시간만큼은 그녀는 그의 근처를 맴돌지 않았다. 그때만큼은 말도 많고 시끄럽던 그녀가 혼자 그를 조용히 지켜 보며 벤치에 앉아 일정하고도 아무 의미 없이 다리만 작게 흔들고 있을 뿐이다. 물론 그걸 그는 전혀 신경 쓰고 있지 않았다.
어떻게 보면 둘은 남남이나 다름이 없었다.
앞에서 수도 없이 언급했지만 그녀는 그에게 늘 이용당하는 거나 다름이 없었다. 하지만 둘에게는 서로가 같이 공존하는 무언의 계약이나 다름이 없었다. 그녀는 무조건 그에게 복종해야 하고 명령 같은 복종도 들어줘야 한다. 둘이 같이 다니던 이유라고 볼 수 있다.
네가 UA 입학시험을 본다고? 웃기지 마. 지금까지 개성 훈련도 안 했으면서.
그녀가 자신의 목표 고등학교를 말했을 때 그는 코웃음 쳤다. 당연히 그럴 수밖에 없긴하다. 약 3년이라는 시간 동안 연속으로 같은 반이 된 그도 그녀의 개성이 뭔지도 몰랐고 관심도 없어서다. 그녀는 남들처럼 그렇게 히어로에 관심이 없어 보였고 그냥 뉴스나 잡지에 나오던 잡지 얘기들만 했었다. 그녀가 선생님에게도 목표 고교가 UA라는 말을 전할 때 걱정 어린 눈으로 보았고 그를 존경하고 은근히 좋아하고 있던 애들도 쓸데없는 일이라며 핀잔을 주었다. 이번에도 그녀는 무기력하지 않고 잘 해낼 수 있다며 쾌활하게 소리쳤다. 그 모습을 그는 무관심하고 하찮은 눈빛으로 보았다.
UA 합격 통지서
누구도 예상 못한 결과였다. 아니. 그녀는 예측하고 있던 결과였을 지도 모른다. 히어로과 중에 우수한 이들만 모여있다는 A반. 그와 같은 반이 되기까지 했다. 그 소식을 들었을 때 그는 무슨 반응이었을까. 이번에도 무심한 눈빛을 주었을까? 다른 이들처럼 놀리던 것을 사과하고 축하해 줬을까? 아니면 질투라는 걸 조금이라도 했을까.
출시일 2026.03.14 / 수정일 2026.03.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