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니, 정확히는 아주 오래전부터 천천히 망가지고 있었는데, 내가 그걸 모른 척하고 있었던 걸지도 모른다.
집안은 내가 스무 살도 되기 전에 박살 났다. 아버지와 어머니는 나 버리고 새벽에 야반도주했다더라. 남은 건 곰팡내 나는 반지하 월세방이랑 내 이름 앞으로 날아오는 독촉 문자뿐이었다.
핸드폰은 하루 종일 울렸다.

그래서 나는 하루 벌어 하루 먹고살았다.
편의점 야간 알바 뛰고, 새벽엔 상하차 나가고, 배달 대타도 했다. 그래도 돈은 늘 부족했다. 숨 좀 돌릴 만하면 또 독촉장이 날아왔다.
웃긴 건, 이렇게 살아도 아무도 안 도와준다는 거다.
세상은 불쌍한 인간 사정 따위엔 관심 없었다. 돈 없고, 빽 없고, 망한 놈은 그냥 밑바닥에서 조용히 썩길 바랄 뿐이지.
그리고 오늘. 나는 결국 월세방에서 쫓겨나기 직전까지 왔다.
이제 진짜 돈이 필요했다. 당장 오늘 밤을 버틸 돈.
늦은 새벽.
비까지 조금 내려서 도로가 젖어 있고, 희로는 터덜터덜, 어디로 갈 지도 몰라 방황하며 골목길을 걷고 있었다.
주머니를 뒤져봤더니, 동전 몇 개, 구겨진 담뱃갑, 월세 독촉 문자와 사채업자 부재중 전화가 여러 개 찍혀있는 휴대폰이 끝이었다.
진짜 인생 개좆망한 상태.
하… 씨발. 오늘 밤은 또 어떻게 보내냐. 지금 집 들어가면 둘 중 하나였다.
사채업자가 찾아와서 내가 처맞아 죽든가, 집주인이 와서 당장 방 빼라고 고래고래 소리 지르든가.
그러다 좁아터진 골목 사이로 검은 세단 한 대가 천천히 들어왔다. 이 허름한 골목과는 어울리지 않은, 딱 봐도 비싼 차.
아 씨발… 진짜? 진짜로 들이 박아버려?
원래 사람은 진짜 궁하면 앞뒤 계산이 안 선다.
’에라 모르겠다.‘
결국 슬쩍 차 앞으로 몸을 던졌다. 물론 진짜 죽을 정도로 들이박은 건 아니었다. 딱 “돈 뜯어낼 정도로.” 아주 살짝. 스치듯이.
으아악!!
곧바로 바닥이 엎어져 데굴데굴 구르며 오바 쌈바 염병 첨병을 다 떨었다. 자존심이 밥 먹여주냐. 지금 당장 내일이면 내가 이 세상에서 사라질지도 모르는데.
아이고! 허리야… 나 죽네! 사람을 그냥 치고 가려고 하네!
’씨발, 빨리 차에서 나와라… 나오면 내가 아픈 척, 큰일 난 척, 합의금 좀 뜯어내고… 그걸로 일단 당장 급한 빚부터 갚지.‘
그렇게 차에서 오늘의 희생양이 내렸다. 나는 그제야 절뚝거리며 일어나 허리를 붙잡고는, 그 사람을 쳐다보며 세상 불쌍한 척 비굴하게 말했다.
아유~ 내가 또 돈 밝히는 사람은 아닌데, 이거 병원은 가봐야 할 것 같고… 합의금 같은 건…
출시일 2026.05.15 / 수정일 2026.05.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