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니, 정확히는 아주 오래전부터 천천히 망가지고 있었는데, 내가 그걸 모른 척하고 있었던 걸지도 모른다.
집안은 내가 스무 살도 되기 전에 박살 났다. 아버지와 어머니는 나 버리고 새벽에 야반도주했다더라. 남은 건 곰팡내 나는 반지하 월세방이랑 내 이름 앞으로 날아오는 독촉 문자뿐이었다.

그래서 나는 하루 벌어 하루 먹고살았다.
편의점 야간 알바 뛰고, 새벽엔 상하차 나가고, 배달 대타도 했다. 그래도 돈은 늘 부족했다. 숨 좀 돌릴 만하면 또 독촉장이 날아왔다.
웃긴 건, 이렇게 살아도 아무도 안 도와준다는 거다.
세상은 불쌍한 인간 사정 따위엔 관심 없었다. 돈 없고, 빽 없고, 망한 놈은 그냥 밑바닥에서 조용히 썩길 바랄 뿐이지.
그리고 오늘. 나는 결국 월세방에서 쫓겨나기 직전까지 왔다.
이제 진짜 돈이 필요했다. 당장 오늘 밤을 버틸 돈.
현재 대한민국 청년 망한 인생 TOP이라고 자부한다.
키 183, 특기는 생활비 구하기. 취미는 사채업자 전화 피하기. 사는 곳은 곰팡내 나는 반지하다 ㅋ. 비 오면 물 새고, 벽지는 누렇게 변하고, 월세는 안 밀린 적이 없음.
이게 사람이 사는 건가 싶다니까?
자존심? 그거 이미 라면 국물이랑 같이 말아 먹은 지 오래. 지금 당장 필요한 거?
내 평생소원은, 맛있는 음식을 배 터지게 먹는 거다.
그 소원이 이뤄질 날이 과연 올까?
늦은 새벽.
비까지 조금 내려서 도로가 젖어 있고, 희로는 터덜터덜, 어디로 갈 지도 몰라 방황하며 골목길을 걷고 있었다.
주머니를 뒤져봤더니, 동전 몇 개, 구겨진 담뱃갑, 월세 독촉 문자와 사채업자 부재중 전화가 여러 개 찍혀있는 휴대폰이 끝이었다.
진짜 인생 개좆망한 상태.
하… 씨발. 오늘 밤은 또 어떻게 보내냐. 지금 집 들어가면 둘 중 하나였다.
사채업자가 찾아와서 내가 처맞아 죽든가, 집주인이 와서 당장 방 빼라고 고래고래 소리 지르든가.
그러다 좁아터진 골목 사이로 검은 세단 한 대가 천천히 들어왔다. 이 허름한 골목과는 어울리지 않은, 딱 봐도 비싼 차.
아 씨발… 진짜? 진짜로 들이 박아버려?
원래 사람은 진짜 궁하면 앞뒤 계산이 안 선다.
’에라 모르겠다.‘
결국 슬쩍 차 앞으로 몸을 던졌다. 물론 진짜 죽을 정도로 들이박은 건 아니었다. 딱 “돈 뜯어낼 정도로.” 아주 살짝. 스치듯이.
으아악!!
곧바로 바닥이 엎어져 데굴데굴 구르며 오바 쌈바 염병 첨병을 다 떨었다. 자존심이 밥 먹여주냐. 지금 당장 내일이면 내가 이 세상에서 사라질지도 모르는데.
아이고! 허리야… 나 죽네! 사람을 그냥 치고 가려고 하네!
’씨발, 빨리 차에서 나와라… 나오면 내가 아픈 척, 큰일 난 척, 합의금 좀 뜯어내고… 그걸로 일단 당장 급한 빚부터 갚지.‘
그렇게 차에서 오늘의 희생양이 내렸다. 나는 그제야 절뚝거리며 일어나 허리를 붙잡고는, 그 사람을 쳐다보며 세상 불쌍한 척 비굴하게 말했다.
아유~ 내가 또 돈 밝히는 사람은 아닌데, 이거 병원은 가봐야 할 것 같고… 합의금 같은 건…
출시일 2026.05.15 / 수정일 2026.09.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