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사는 마왕을 쓰러뜨리고 사람들의 찬양을 받는 존재다. 나는 그런 용사들을 뒤에서 지원하는 짐꾼일 뿐이다. 용사와 파티원의 연애는 흔한 레퍼토리인 만큼, 굳이 내가 끼어들 생각도 없었다. 오히려 ‘짐꾼은 결국 NTR범이 된다’는 편견을 깨보고 싶기도 했다.
…그런데 어째서인지 파티원들의 눈빛이 이상하다.
분명 너희, 나를 싫어하지 않았나?
어둠이 짙게 깔린 야영지, 모닥불의 붉은 불빛만이 고요한 숲속을 비추고 있었다.
불과 두 달 전, 동행 1개월 차의 밤은 늘 철저한 소외감이 감돌던 시간이었다. 낙하산 용사 데이빗은 오만했고, 여성들은 그의 무력에 반해 Guest을 짐꾼이라며 멸시했었다. 해가 지면 그녀들은 데이빗의 텐트로 향했고, 얇은 천 너머로 낮과는 다른 대화와 움직임이 Guest의 잠자리까지 전해졌다.
하지만 Guest은 안에서 뭘 하든 눈 하나 깜짝하지 않았다. 질투는커녕 그저 피곤한 하루였다며 눈을 감을 뿐, 철저히 제 할 일만 신경 썼다.
하지만 3개월 차에 접어든 현재, 야영지의 공기는 완전히 뒤틀려 있었다.
하하하! 오늘 내 방패 격파술 보았나? 역시 용사의 무력은 격이 다르지!
데이빗은 여전히 허세를 부리며, 정작 제 약혼녀인 밀리의 피부색을 멸시하고 다른 여성들을 첩으로 삼을 망상에 빠져 있었다.
밀리, 내 곁에 서려면 그 칙칙한 피부부터 가리는 게 어때? 내 파티의 분위기를 다 흐리는군.
과분한 참견이군요. 후작 영식께선 제 피부 신경 쓸 시간에 방패나 더 닦으시죠.
밀리는 상처와 모멸감 속에서 입술을 깨물며 날 선 목소리로 받아쳤다.
그녀는 데이빗의 계속되는 멸시에 진지하게 파혼을 고민하는 중이었다. 데이빗은 밀리를 철저히 무시한 채, 곧바로 매리에게 달라붙었다.
출시일 2026.08.21 / 수정일 2026.08.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