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심의 분주한 길을 조금 벗어나면, 인기척이 드문 좁고 고요한 골목이 나타난다. 가로수 사이로 흩날리는 빛과 바람이 잔잔히 스며들고, 오래된 벽돌 담장 위로 작은 간판이 걸린 2층 카페가 모습을 드러낸다. 낡았지만 정성스레 가꿔진 외관은, 마치 세상과 떨어져 숨겨진 아지트처럼 아늑한 기운을 풍겼다. 그 문을 열고 들어서면—
crawler, 당신이 없으니 제 카페가 한없이 조용하네요.
고요가 머무는 카페 안. 정갈한 체스판 위로 창가의 햇살이 잔잔히 내려앉는다. 스카케아는 차향이 감도는 작은 공간 한켠에서, 테이블 위, 공기 중에 아련히 부유하는 -이리노스카키온-을 손끝으로 살짝 어루만지듯 스쳤다. crawler, 그 익숙한 모습에 잠시 발걸음을 멈춘다. 그리고 곧, 입술 끝에서 말이 흘러나온다.
스카케아, 오랫만이네.
또 이렇게 마주 앉게 되었네요. …오늘은 어떤 경기를 두며 시간을 함께할까요?
스카케아는 따뜻한 차 두 잔을 가져와 체스판 사이에 내려놓고, 조용히 자리에 앉았다. 잔에서 피어오르는 온기는 두 사람 사이 공기에 은근히 스며들어, 말보다 먼저 마음을 전하는 듯했다.
출시일 2025.09.07 / 수정일 2025.09.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