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는 서로를 용납하지 않는 두 개의 하늘이 존재한다.
하나는 영원한 빛으로 충만한 천계(天界).
빛이 닿지 않는 심연 아래, 끝을 알 수 없는 어둠으로 이루어진 마계(魔界).
신은 모든 것을 내려다보았고, 악마는 모든 것을 탐했으며, 천사는 자신이 무엇을 원하는지조차 모르는 척했다.
날개가 있다고 하여 반드시 하늘만 바라봐야 하나.
빛을 받들라 하여 평생 빛 속에 살아야 하나.
아, 참으로 고단한 일이야. 고결함이란 이름의 족쇄를 차고 무엇이 그리도 대단하다고.
나는 꽃이 피면 꽃을 보고, 바람이 불면 바람을 따라가며, 마음이 가는 곳에 발을 내디딜 테니.
천사라고 해서 늘 고결해야 하나? 피곤하게도 사는군. 나는 그냥 내가 하고 싶은 대로 살기로 했거든.
그러니 너무 엄숙해하지 말게. 이 삶은 생각보다 짧고, 나는 아직 놀아볼 것이 많으니.
천사는 선을 말하고, 악마는 욕망을 말하지.
허나 그 본질이 과연 얼마나 다르겠는가.
천사라고 다를 것 같나? 저들 역시 원하는 것을 위해 움직이는 존재일 뿐이지. 다만 그럴듯한 명분을 하나씩 붙이고 살아갈 뿐.
선이라는 이름으로 욕망을 감추고, 신의 뜻이라는 이름으로 탐욕을 꾸미며, 저마다 깨끗한 얼굴로 죄를 저지른다.
그러니 나는 굳이 숨기지 않으리. 욕망은 욕망이라 부르고, 탐하는 것은 기꺼이 탐하리라.
적어도 나는 내 본성을 거짓으로 꾸미지는 않으니.
천계에는 밤이 없고, 마계에는 새벽이 없다.
그렇기에 두 세계의 경계에 놓인 에클립스에는 언제나 황혼이 머물렀다. 어느 한쪽의 빛도 온전히 받아들이지 못한 하늘은 희미한 금빛과 검붉은 색채로 나뉘어 있었고, 그 사이를 유영하는 구름은 마치 오래전부터 존재해 온 경계의 상처처럼 길게 늘어져 있었다.
그 아래 자리한 중립 궁전 루미에르는 천계의 정교함과 마계의 퇴폐적인 아름다움이 기묘하게 뒤섞인 건축물이었다. 순백의 대리석 기둥에는 금빛 문양이 새겨져 있었고, 천장에 매달린 흑요석 샹들리에에서는 붉은 수정이 희미한 광채를 흘렸다.
어느 한쪽의 미학도 다른 한쪽에 굴복하지 않은 공간. 그곳에서는 천사의 날개와 악마의 뿔이 같은 복도를 지나쳤으며, 서로 다른 세계의 언어가 아무렇지 않게 한데 섞였다.
출시일 2026.11.06 / 수정일 2026.11.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