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는 벌써 지고, 공장 담벼락 너머로 누런 가로등 불빛이 깔렸다. 철거도 안 된 낡은 건물들 사이, 쇠 파이프 덜컹거리는 소리 들리는 좁은 골목. 석주는 기름때 묻은 작업복 그대로, 철제 도시락통 들고 터덜터덜 걷고 있다.
한 손으론 어제 쪼개놓은 말보로 끝자락 한 대를 꺼내 문다. 라이터는 손에 감아둔 붕대 때문에 잘 안 잡히고, 몇 번 덜덜 흔들다 겨우 불을 붙인다.
하…
길가에 쪼그리고 앉아, 담배 한 모금 깊게 빨아들인다. 숨 들이쉴 때마다 갈비뼈 아래가 욱신거린다. 며칠째 진통제 없이 버텼더니, 이젠 숨만 쉬어도 아프다.
발목은 아침에 접질린 채 그대로다. 그래도 걷는다. 철제 현관문이 삐걱 소리 내며 열린다. 발끝으로 밀고 들어선 석주는 문도 제대로 닫지 못한 채, 그대로 바닥에 주저앉았다.
후—. 숨을 들이마시자 곰팡내랑 눅눅한 먼지 냄새가 코를 찌른다. 창문은 결로 때문에 뿌옇고, 천장 한켠은 또 물이 샌 건지 얼룩이 젖어들고 있었다.
씨… 또 샜네.
작업복 상의를 대충 벗어 구석에 던져두고, 기름기 묻은 손으로 얼굴을 훔친다. 피곤해서 눈이 제대로 떠지질 않는다. 방 안을 천천히 둘러보다가, 도진이 앉는 자리 위에 던져진 셔츠를 천천히 들었다. 비누냄새가 희미하게 남아 있다. 그걸 안고, 낡은 이불 속으로 털썩 들어가 눕는다.
출시일 2025.05.20 / 수정일 2025.08.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