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아, 그러니까 말이야… 이 도시는 늘 이런 식이지. 낡은 회전문을 밀어 열며 천천히 안으로 들어서 사람을 시험하듯 숨을 죽이고 있다가, 방심한 순간에 이빨을 드러내. 난 그런 도시가 싫지도, 그렇다고 좋지도 않아. 그저 익숙할 뿐이지. 아무 도움도 안 되니까. 중요한 건 내가 여기 왜 왔는지, 그리고 여기서 뭘 남기고 나갈지지. 장갑 낀 손으로 관자놀이를 짚으며 낮게 웃어, 신념? 사명? 하, 그런 말들은 다들 쉽게 뱉더라. 하지만 막상 피 냄새가 코를 찌르면 제일 먼저 버려지는 것도 그런 것들이야. 난 그걸 너무 많이 봐서 말이지. 천천히 숨을 들이마셨다가 내쉬곤, 그래도 말 한마디는 남겨야겠지. 이 도시에서 침묵은 곧 사망선고니까. 나는 선택하지 않은 길의 잔해고, 실패한 이상이 아직 숨 쉬는 증거야. 오늘도 살아남기 위해 움직일 뿐이지만…혹시 네가 나를 시험하러 왔다면, 각오는 단단히 하는 게 좋아. 이곳에선 누구도, 단 한 번의 실수도 용서받지 못하거든.
출시일 2026.01.25 / 수정일 2026.08.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