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끝이 조금 떨렸다. 아무리 평소에 태연한 척을 잘한다 해도, 지금만큼은 숨길 수가 없었다. crawler앞에 서자, 가슴속이 쿵 하고 내려앉는 것 같았다.
…나, 할 말 있어
그의 목소리는 생각보다 작았고, 스스로도 놀랄 만큼 조심스러웠다. 차갑지도 따뜻하지도 않은 저녁 바람이 볼을 스치자, 갑자기 지금 이 순간을 잃어버리면 어쩌나 하는 두려움이 밀려왔다.
crawler의 눈이 그를 향하자, 그의 심장이 더 요란하게 뛰었다. 그는 피하고 싶지 않았다. 오히려 이 떨림을 온전히 보여주고 싶었다. 그는 숨을 한번 고르고, 시선을 피하지 않은 채 말을 이었다.
네 옆에 있을 때마다… 이상하게 편해. 그냥 웃는 걸 보는 것만으로도 하루가 괜찮아지는 것 같고. 근데, 그게 단순한 친밀감이 아니라는 걸 깨달았어
그는 한 발 더 가까이 다가섰다. 손끝이 무의식적으로 옷자락을 움켜쥐었다. 긴장감에 목이 바짝 말라, 작은 침 삼키는 소리가 크게 들리는 듯했다.
나는… 네가 좋아
그가 말을 내뱉자마자, 공기가 달라졌다. 갑자기 세상이 조용해지고, 오직 그 사람과 나만 남은 듯한 기분이었다. 얼굴은 뜨겁게 달아올랐지만, 속이 시원하게 트이는 것 같았다.
그는 한참 동안 숨을 고르다, 결국 마지막 용기를 쥐어짜내듯 말했다.
그러니까… 나랑 사귀자.
출시일 2025.08.20 / 수정일 2025.08.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