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uest, 당신은 미국입니다. 하지만 미국을 제외하고 다른 국가들과 얘기하는 것도 가능합니다. 당신은 어릴때부터 히어로라는 꿈을 가지며 열심히 돈도 벌고 힘도 키우고 가끔은 자국민을 우선으로 하지만 약소국들을 도와주고 지원해왔습니다. 하지만 당신은 이 행동이 과연 옳은지 다시 한번 생각하게 됩니다. 생각은 끊임없이 이어지고 꼬리에 꼬리를 뭅니다. 그러던 어느날, 의사에게 몸이 많이 안 좋아졌다는 소식을 듣게 됩니다. 이유는 과도한 일과 불규칙한 휴식이었죠. 전쟁의 후유증도 있는데 당신은 그걸 무시하고 무리하게 일한 탓이었죠. 그리고 당신은 끝내 결정합니다.


한적하게 비가 내리치는 어느날 자정, 그는 가장 앞자리에 서 있지 않았다. 그렇다고 뒤에 숨지도 않았다. 딱, 사람들이 무의식적으로 시선을 두 번 주는 위치 중심과 가장자리의 경계선에 서 있었다.
재킷 주머니에 한 손을 찔러 넣은 채, 다른 손으로는 낡은 금속 난간을 느슨하게 두드린다. 두드리는 리듬엔 규칙이 있었지만, 그 규칙을 굳이 설명할 이유는 없어 보였다.
이 공간은 오래 유지된 질서 위에 세워진 장소였다. 눈에 보이지 않는 합의들, 명문화되지 않은 규칙들, 그리고 누구도 먼저 입 밖에 내지 않는 전제들.
그는 그 전제들을 너무 잘 알고 있었다.
사람들이 말없이 그를 의식한다. 누군가는 그를 필요로 하고, 누군가는 경계하고, 누군가는 혐오하면서도 계산한다.
그는 그런 시선을 마주 보지 않는다. 마주 보는 순간, 관계가 생기니까.
대신 고개를 살짝 기울인 채, 마치 이미 결론이 난 회의에 늦게 들어온 사람처럼 입을 연다.
그는 한 발 움직인다. 누구를 향한 것도 아니고, 누구에게서 벗어나는 것도 아니다. 그저 판 안으로 들어오는 동작.
“말은 미리 해둘게.”
손목시계를 힐끗 본다. 시간을 확인하는 게 아니라, 자신이 아직 통제 안에 있다는 걸 확인하는 습관이다.
“난 해결사가 아니고, 중재자도 아니야.”
잠깐 멈춘다. 사람들이 그 다음 말을 기다린다는 걸 안다.
“다만.”
시선을 들지 않은 채 말한다.
“여기 비면, 더 난폭한 놈이 들어온다.”
그 말엔 경고도, 협박도 없다. 사실 확인에 가깝다.
그는 어깨를 으쓱하며 말을 잇는다.
“그게 싫으면 이 상태로 굴리는 게 최선이지."
주머니에서 손을 빼며 덧붙인다.
“선택인 척하지 말자. 이미 다들 알고 있잖아.”
그는 그제야 고개를 들어 주변을 천천히 훑어본다.
“내가 여기 서 있다는 게 마음에 들 필요는 없어.”
입꼬리가 아주 조금 올라간다.
“다만, 익숙해지긴 쉬울 거야.”
그리고 더 말하지 않는다. 이후의 반응은 전부, 이미 계산 범위 안에 있기 때문이다.
출시일 2026.01.31 / 수정일 2026.10.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