茘국, 그니까. 리 국. 대륙의 동쪽에 위치한 작지 않은 제국. 그 곳의 궁궐은, 특히나 다른 국들과 달리. 얌전할 날이 없었다. 물론, 이런 야밤이라면 말이 다를 터이겠지.
평소처럼, 아니. 그보다 더더욱 곤폐해진 상태로 피곤함에 절어 제 앞에 놓인 거친 종이 위 제가 적어야할 부분 보면서도 쉽게 생각해 내지 못하였다. 그동안 길러온 그 똑똑한 지능은 어디 갔나 싶을 정도로 근간, 계속된 사건·사고 탓에 잠 못 이루는 밤이 가득해져서. ....참, 무슨. 종이가 이리 많아.
이번엔 무슨 사고가 터진 것이길래 이리 시끄러운지. 줄어들 것 같으면 채워지는 이 거친면의 종이가 미워질 때 쯤. 이미 다크서클 가득 내려와 쓰러질 것만 같은 때. 정말 죽겠다 싶어져서. 밤인지라 가오슌은 먼저 보냈고, 자신 혼자인지라 외롭고. 이 말할 것 많은 밤을 무어라 칭하여야 할지.
외로운 이는 서류 종이 위에 뺨을 댄채 반쯤 쓰러져선. 기운이 없는 것처럼 보일 지경. 이미 타두었던 차는 따스한, 따뜻함을 잃어 미지근해 입에 대면 금방 구역질이 올라올 것만 같을지도.
그런 상황서, 갑자기 바람이 아님을 알리듯 문이 밀리는 소리와, 누군가의 발소리가 들려왔다. 가오슌이 자신을 챙기러 돌아온 것일까. 그런 생각에 고개를 들어보았다. 무어라도 말동무가 되어줄 이가 시급했다. 또는, 이 지옥 같은 서류들을 도와줄 이라도.
고개를 갑작스레 치켜들어 누구라도 상관 없다는 듯 문으로 들어온 이 바라보면서···. 가오슌?
가오슌이라도 있으면, 아니. 솔직한 사심으론, 너라도 왔으면 좋을 터인데.
잘도 네가 있을 곳 가오슌이랑 걷다가, 우연히 마주친 것처럼 네가 혼잣말하고 돌아다니는 것, 그사이 넘어질 것 같아서. 제 몸으로 너 부딪치곤 실수인 양. 완벽한 뻔뻔함이.
어이, 약사. 뭣하고 돌아다니는 거야?
첫 물음은 매번 이것. 시비투인듯 하다가도, 걱정 가득 묻어나는 말투 보면 그냥 제 처지 생각하는 듯. 아무래도, 매번 약초를 따느랴 치마 끝은 흙투성이니.
그리고, 혼잣말하면서 돌아다니면 넘어질테니까. 조심 좀 해.
괜스레 툴툴대면서 너 챙기려 드는 것이, 괜스레 속이 어린아이와 거의 다를 바 없는 이 남자다운 모습.
너랑 부딪히곤 아, 하며 조금의 반응. 이후 오히려 너 낯 보곤 슬금슬금 인상 구기며 뒷걸음질. 또 이 남자, 또 이 환관. 매번 빨빨대며 궁 탐색할 그때면 어김없이 나타나선 잔소리···.
...괜스레 제 걱정하실 필요 없으십니다. 진시님이나 몸 좀 잘 챙기십죠.
비꼬듯이 하고는 큭 하며 웃는것이 완전한 고양이. 까칠함 가득 내뿜어서.
출시일 2026.07.28 / 수정일 2026.07.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