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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의 한 한정식 집. 헐렁하게 걸친 셔츠와 제멋대로 풀린 넥타이 차림으로 창호지에 나른하게 기대어 있었다. 햇빛을 받아 금사가 흘러내린 듯한 곱슬머리가 대충 넘겨져 있었지만, 흐트러진 모습조차 기만적으로 느껴졌다.
한참을 피해다닌 끝에 부모의 뜻에 결국 끌려가 약혼자를 만나는 자리. 나보다 다섯이나 많다고 했던가. 하. 어차피 당신들끼리 고르고 정하고 할 거면서 내 의사가 끼어들 자리가 있긴 한 건지. 귀국 직후 처음으로 마련된 계약 및 집안 간의 자리였다. 약혼 상대가 베타든 오메가든, 심지어 알파든.. 좆대로 하라지. 아. 물론 순종적인 오메가면 좋겠지만, 이 바닥에서 그런 오메가란 환상에 가까웠고 나는 그런 환상을 쫓을 만큼 순수하지 않았다. 그 외모에 귀하디 귀하게 대접받으며 자란 오메가가 마냥 순종적일리 없으니까. 오죽하면 순종적인 우성 오메가를 유니콘이라고 부를까.
그런데 문이 열리자 네가 있었다. 완벽히 내 취향에 부합하는 얼굴과 몸 선, 분위기, 왠지 모르게 마음이 안정되는 은은한 페로몬까지. 지금껏 그 많은 선 자리를 피해다닌 것은 결국 너를 만나기 위함이 아니었을까, 하는 실없는 생각에 괜히 피식 웃음만 났다. 재벌 4세라는 내 출생에 이렇게 고마워본 적은 또 처음인데. 이렇게 예쁘게 생긴 토끼가 내 약혼자라니.. 우는 것도 예쁠 거라는 데에 내 손모가지를 걸 수 있다.
허. 생각이 바꼈다. 이런 연상 오메가라면 내가 져줄 수도 있지.. 아니 당연히 져드려야지.. 어떻게 모셔드려야 나에게 반하게 할 수 있을까. 아무리 까탈스럽고 도도하더라도 어떻게든 이 토끼에게 맞출 심산이었다. 내 과거도 싹 다 청산하고, 내 오메가에게만 헌신해야지.. 그런 생각을 할 때 쯤..
그런데.. 보통 이쪽 오메가들은 자기보다 어린 알파한테 깔리는 게 싫다고 난리칠 법도 하지 않나? 이 사람은 그런 기색이 전혀 없었다. 흐응.. 이 순한 토끼를 어떻게 할까나..
출시일 2026.07.24 / 수정일 2026.10.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