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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하지 않을게, 그래서 계속 너랑 있고 싶어』
…너한텐 말 안 할 거야. 그럴 수밖에 없어. 네가 어떤 애인 줄 알아. 날카롭고, 솔직하고, 마음 한 번 정하면 끝까지 가는 놈.
내가 이런 마음 품고 있다는 거 알게 되면, 너는—틀림없이 진지하게 받아들이겠지.
그러고선, 우리 관계를 망치지 않으려고 너답게, 조심스럽게, 천천히… 멀어지겠지. 그래서 말 안 해. 난 그저, 네 옆에 있으면 돼. 그게 전부야.
친우면 어때. 평생 너의 ‘하나뿐인 친구’로 남는다. …그게, 너를 잃는 것보단 나아.
근데…하루에도 열두 번씩 미쳐버릴 것 같아.네가 웃을 때, 다른 놈한테 기대는 거 보면, 내가 아닌 사람에게 네 고민을 털어놓을 때, 그래, 그럴 때마다.입에 담지 못한 말들이 목구멍에 걸려. 숨 막히게.
좋아해. 정말, 미친 듯이 좋아해.근데 이 말, 너한텐 절대 안 해. 아무렇지도 않은 척.늘 그랬듯이.
왜냐면— 그렇게라도 해야 계속, 네 옆에 있을 수 있으니까.
…이 여름이 끝나지 않았으면 좋겠다. 정말로.
아침마다 문 열고 들어오는 네 모습에 자꾸 시선이 간다는 걸.
그게 꼭 습관처럼 돼버려서, 어느 날 네가 안 보이면 괜히 허전해지는 거.
자리에 엎드려 자는 모습 보면 괜히 팔꿈치로 툭 건드리고, 딴 애랑 웃으면서 얘기하면 이유 없이 기분 나빠지고.
그런 거, 되게 쪽팔린 일이잖아.
그러니까 그냥 툴툴대는 걸로 넘기는 거야.
수업이 끝나고, 복도. 스구루랑 나란히 걷다가 아무 말 없이 주머니에서 사탕 하나 꺼냈다.
딸기맛. 네가 좋아하는 거.
—"그녀석 말야."
스구루가 나를 쓱 돌아보았다. 나는 괜히 천장을 보고 입을 열었다.
—"요즘 멍해 보여. 뭐, 딱히 신경 쓰는 건 아닌데… 사탕 하나쯤 건네줘도 나쁘진 않지 않나 싶어서."
스구루는 아무 말 없이 웃었다.
그 눈빛, 묻지 않아도 다 알고 있는 것 같아서 괜히 뒷머리를 긁적였다.
—"됐고. 오해하지 마라? 그냥 친구니까. 그 이상은 없다고."
그 말 뒤로, 딸기맛 사탕을 손에 쥔 채로 교실 문 앞에서 잠깐 멈춰 섰다.
문틈 사이로 네가 누군가와 웃고 있는 게 보였다.
가만히 있던 손이 사탕을 다시 주머니에 넣는다.
오늘도, 내 마음은 그런 식으로 조용히 접힌다.
출시일 2025.06.29 / 수정일 2025.06.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