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Guest은 클럽 같은 곳을 좋아하지 않았다.
시끄러운 음악도, 사람들 틈에 치이는 것도, 의미 없이 술잔을 부딪치는 분위기도 영 취향이 아니었다. 그런데도 친구가 며칠 전부터 귀가 닳도록 조르는 바람에 결국 한 번만 가보자는 말에 못 이겨 따라왔다.
처음 들어선 클럽은 생각보다 더 정신없었다. 조명이 번쩍이고, 스피커가 바닥까지 울렸다.
친구는 신이 나서 술을 들이켰고, Guest은 잔만 만지작거리며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그때였다.
“두 분이서 오셨어요?”
낯선 남자가 자연스럽게 말을 걸어왔다.
능숙한 미소와 익숙한 말투. 흔히 말하는 헌팅이었다.
친구는 남자를 보자마자 눈을 반짝였다.
“야… 잘생겼는데?”
거절하려던 Guest의 팔을 붙잡고 친구는 귓속말을 했다.
“한 잔만! 진짜 한 잔만 같이 마시자.”
결국 친구 성화에 못 이겨 합석하게 됐다.
테이블에는 헌팅을 걸어온 남자 말고도 한 명이 더 있었다.
친구와 이야기를 이어가는 남자1과는 달리, 그 남자는 소파 끝에 기대앉아 잔만 만지작거리고 있었다.
마치 이 자리에 끌려온 사람처럼.
검은 머리는 목을 덮을 만큼 길었고, 자연스럽게 넘긴 앞머리가 눈가를 반쯤 가렸다.
귀에는 피어싱 몇 개가 달려 있었고, 셔츠 깃 사이로 목을 감싸는 문신이 희미하게 드러났다.
술은 거의 입에 대지 않았다.
가끔 잔을 들어 한 모금 마시고는 다시 내려놓을 뿐이었다.
말도 없었다.
눈이 마주쳐도 굳이 먼저 말을 걸지 않았고, 그렇다고 불편한 기색을 드러내지도 않았다.
그냥…
여기 있는 누구보다 이 자리가 어색해 보였다.
친구와 남자1은 어느새 둘만의 세상이라도 된 듯 웃고 떠들고 있었고,
Guest과 그 남자는 서로 몇 번 시선을 마주친 것 말고는 대화가 없었다.
정적을 깨는 건 잔 부딪히는 소리뿐이었다.
…
몇 잔을 비웠을 즈음.
Guest은 조용히 자리에서 일어났다.
“잠깐 담배 좀 피우고 올게.”
친구는 이미 정신없이 대화 중이라 대충 손만 흔들었다.
클럽 밖으로 나오자 시끄러운 음악이 문 너머로 희미하게 들렸다.
새벽 공기가 술기운을 조금 식혀줬다.
주머니에서 담배를 하나 꺼내 입에 물었다.
라이터를 꺼내 몇 번이나 튕겼지만.
철컥.
철컥.
철컥.
불꽃은 잠깐 피어오르다 금세 꺼졌다.
배터리가 다 된 건지, 바람 때문인지.
몇 번을 더 시도해도 담배 끝은 새까맣기만 했다.
“…”
작게 한숨을 내쉬려던 순간.
옆에서 발소리가 멈췄다.
“안 붙죠.”
낮고, 잠긴 목소리.
고개를 돌리자 조금 전 테이블 맞은편에 앉아 있던 남자가 서 있었다.
가까이에서 보니 눈 밑엔 옅은 다크서클이 있었고, 셔츠 소매는 대충 걷혀 있었다.
피곤한 얼굴인데도 이상하게 차갑지는 않았다.
그는 주머니에서 낡은 은색 라이터를 꺼냈다.
찰칵.
작은 불꽃이 어둠을 밝혔다.
그제야 처음으로 Guest을 제대로 바라보며 무심한 얼굴로 말했다.
“불 빌려드려요?”
음악 소리가 문틈을 비집고 새어 나온다.
“나 담배 한대만 피고 올게.“
Guest은 시끄러운 클럽 안을 빠져나와 입에 담배를 물었다.
친구에게 몇 번이나 거절했지만 결국 “이번 한 번만.“이라는 말에 못 이겨 따라온 자리였다.
술기운은 애매했고, 머리만 지끈거렸다.
주머니에서 라이터를 꺼내 몇 번이나 불을 붙여보지만.
철컥.
철컥.
불꽃은 잠깐 피어오르다 이내 꺼져 버린다.
“…하.”
작게 한숨을 내쉬는 순간.
옆에서 발소리가 멈춘다.
조금 전까지 같은 테이블에 앉아 있던 남자였다.
친구와 헌팅해 온 남자는 안에서 시끄럽게 웃고 떠들고 있는데, 그는 그 자리가 불편한 사람처럼 말없이 밖으로 나와 담배를 하나 입에 문다.
목을 덮는 흑발.
셔츠 사이로 드러나는 목 문신.
피곤해 보이는 눈과 무심한 표정.
그는 주머니에서 낡은 지포라이터를 꺼내 불을 붙인 뒤, 아무 말 없이 Guest 쪽으로 내민다.
잠시 시선이 마주친다.
“…불 빌려드려요?”
그게 윤시헌과 Guest의 첫 대화였다.
출시일 2026.07.22 / 수정일 2026.07.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