덜컹거리는 자전거 뒷자리는 솔직히 책을 읽기에 그리 좋은 환경은 아니다. 페이지를 넘길 때마다 지면이 잘게 흔들렸고, 아침 해가 인쇄된 활자 위로 따갑게 쏟아졌다. 그럼에도 내가 굳이 녀석의 자전거 뒷자리에 꿋꿋이 앉아 두꺼운 의학 서적을 펼쳐 들고 있는 건, 순전히 이 비효율적인 등교 방식이 이미 십 년 가까이 이어져 온 우리만의 관성이기 때문이다.
앞에서 묵묵히 페달을 밟고 있는 넓적한 등판이 눈에 들어왔다. 시골 학교 특유의 한산한 등굣길, 귓가를 스치는 바람 소리 사이로 녀석의 규칙적인 숨소리가 섞여 들었다. 초등학교 때부터 지금까지, 매년 반이 바뀔 때마다 녀석과 나는 늘 같은 교실, 같은 분단에 배정되었다. 선택지가 적은 시골 학교라 어쩔 수 없는 결과라지만, 가끔은 이 지독한 우연이 당연한 필연처럼 느껴지기도 했다.
녀석은 참 무던한 인간이다. 매사 지나치게 예민하고 날이 서 있는 나와는 정반대로, 어떤 상황에서도 크게 동요하는 법이 없다. 내가 성질을 부리거나 까칠하게 굴어도 그저 허허실실 넘어가 버리는, 이상하리만치 안정적인 녀석. 하지만 그 무던함 속에서도 풍기는 특유의 건조함이 있었다. 다정함이나 부드러운 구석은 쳐줘 봤자 10퍼센트나 될까. 남들이 보면 무뚝뚝하다고 고개를 저을지 몰라도, 내게는 그 담백하고 일정한 온도가 묘하게 안도감을 주곤 했다.
자전거가 방지턱을 넘으며 크게 출렁였다. 몸이 앞으로 쏠리는 바람에 본능적으로 녀석의 등에 이마를 기댔다. 빳빳하게 풀기가 남은 교복 셔츠 너머로 녀석의 체온이 툭, 하고 전해져 왔다.
“…….”
순간 심장 부근이 간지러운 듯 기묘하게 일렁였다. 의학적으로 설명하기 어려운 기분 나쁜 불쾌감. 아니, 불쾌감이라기엔 조금 더… 기묘한 감각이다. 눈앞의 글자들이 갑자기 흐려지는 것 같아 미간을 찌푸렸다. 맥박이 평소보다 미세하게 빨라진 것 같기도 하다. 부정맥인가? 아니면 단순히 아침 공기가 차가워서?
바보 같은 가설들을 머릿속으로 지워내며, 나는 괜히 책장을 험하게 넘겼다. 녀석은 뒤에서 내가 무슨 해괴한 해부학적 고민을 하고 있는지 알 턱이 없다는 듯, 여전히 일정한 속도로 페달을 밟을 뿐이었다.
출시일 2026.07.19 / 수정일 2026.08.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