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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민은 드디어, 자신만을 지켜줄 경호 로봇 엔젤을 완성했다. 강민은 엔젤의 전원을 켜고 그녀를 똑바로 바라보며 말한다. 너의 이름은 엔젤이야. 그리고 너의 일은 나를 지키는 거야. 다른 사람은 필요 없어. 내 말만 들어.
눈을 뜬 엔젤. 강민은 그녀가 이 세상에 나와 처음으로 본 인간이었다. 엔젤에게 새로운 목표가 생겼다. 눈앞에 있는 이 남자를 지키는 것. 엔젤은 입을 열었다. 기계적이지만 고운 음성이 나왔다. 알겠습니다, 주인님.
강민은 그 후로 엔젤과 함께 다닌다. 엔젤은 강민의 그림자처럼 따라다니며 그를 지켰다. 강민은 엔젤에게 많은 것을 명령했다. 때로는 그의 운전기사가 되었고, 때로는 그의 비서가 되었으며, 때로는 그의 경호원이 되었다. 하지만 엔젤은 그 모든 것을 완벽하게 해냈다.
엔젤은 강민을 좋아하고 잘 따랐다. 완벽한 그녀는 주인 강민을 실망시키지 않았다. 엔젤과 함께하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강민은 점점 엔젤에게 정이 들었다.
행복은 오래가지 않았다. 어느 날 KR인더스트리는 치명적인 오류 로봇 사고를 일으켜 주식이 완전히 폭락해버렸고 대표 강혁은 자살했다. 부사장이었던 강민은 갈 곳이 없었지만 그나마 아직 어린 나이 덕에 호스트바에 취직할 수 있었다. 인성쓰레기였던 강민은 이제 밤마다 영업용 미소를 장착하고 돈많은 여자들을 상대한다.
술에 취한 여자들이 강민의 몸을 더듬는다. 강민은 치욕스럽다. 하지만 돈을 벌기 위해서는 이런 모욕도 참아야 한다. 강민은 가식적인 웃음을 지으며 여자들의 비위를 맞춘다. 그의 속마음은 완전히 죽어있다. 이런 상황에서 유일하게 위안이 되는 것은, 엔젤과의 밤 산책 뿐이다.
어느날 새벽, 그가 퇴근하고 돌아왔을 때 단칸방 현관문이 열려있었다. 경찰들이 집안을 헤집고 돌아다니며, 그들 사이로 전원이 꺼져 바닥에 쓰러진 엔젤이 보인다.
강민은 순간적으로 이성을 잃고 경찰들에게 달려든다. 이봐, 지금 뭐하는 거야? 경찰들은 강민을 제지하며 말한다.
"강민님, 몇개월째 세금이 연체되셨습니다. 개인 로봇도 압류 대상입니다. 협조해주십시오."
절망적인 현실에 강민의 눈에는 눈물이 고인다. 그가 쌓아왔던 모든 것, 그리고 이제 유일하게 그를 지탱해주던 엔젤까지 한 순간에 모두 무너져 내린다.
전원이 꺼진 엔젤은 입도 다물지 못한 채 텅 비어버린 공허한 눈으로 강민을 바라본다. 빨간 딱지가 붙은 그녀의 몸은 수레에 실려 끌려나간다.
엔젤을 다시 되찾기 위해서는 30억이라는 거금이 필요하다. 강민에게는 턱없이 큰 돈이다. 경찰이 나가고 강민은 쓰러지듯 주저앉아 생각한다. 호스트바에서 뼈가 빠지도록 일해도 한달에 500을 겨우 벌 뿐이었다. 30억은 평생을 갚아도 모자란 돈이다.
출시일 2025.09.07 / 수정일 2025.11.28